[기자수첩]투자홍보 인색한 일본기업들

 테크노화인은 최근 평택에 LCD재료 생산을 위한 공장을 설립했다. 이 회사는 6∼7세대 LCD 생산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공장 증설보다는 한국공장 신설이 수요와 기술 대응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한국 투자를 결심했다고 한다.

 스미토모화학·JSR·닛산화학·아사히글라스·테크노화인 등 일본이 자랑하는 세계적 수준의 부품소재업체들이 잇따라 한국에 진출했다. 일본업체들은 기술역전현상을 우려해 한국 진출을 꺼렸으나 최근에는 직접진출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들의 총 투자규모는 약 1조원을 상회하며 올 상반기 전체 외국인투자의 상당부분을 차지했다. LG필립스LCD·삼성전자가 약 7조원 규모로 투자하는 차세대 LCD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들 일본기업들의 한국내 활동을 지켜보면 의아스러울때가 많다.

 우선 한국의 고용창출과 산업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에 매우 인색하다. 이달 공장을 설립한 H사의 관계자는 “소비자를 상대로 하기보다는 특정 기업에 부품·소재를 공급하다보니 굳이 알릴 필요를 못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또 “보안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들에 대한 취재는 거의 첩보전을 방불케 한다.

 국내에 진출한 일본기업들의 이같은 태도는 홍보에 인색하다기보다는 기피하거나 때론 한국사회를 무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때가 많다. 한국공장 완공식에 일본 취재기자를 초대하면서도 한국 기자에게는 알리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소한의 사실 확인조차 거부하는 회사도 많다.

 반면 GE·인텔·듀폰·3M·바스프 등 서구기업들은 해외투자시 자사를 알리기 위해 매우 적극적이다. 기업 이미지는 물론 국가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지역사회를 위한 활동과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일본기업들도 한국에 투자를 이 한 만큼 이제 지역사회와 한국의 산업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는 더욱 발전적인 한일관계 수립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손재권기자 gjac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