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면서도 원망하지 않기는 어렵고 부유하면서도 교만하지 않기는 쉬우니라(貧而無怨 難 富而無驕 易). 논어 헌문(憲問)편에 나오는 공자의 말씀으로 세상 사람들이 흔히 조금만 부귀해지면 교만하고, 조금만 곤궁해지면 원망이 많은 세태를 이른 말이다.
지난 2년여 동안 우리는 불경기를 겪으면서 극히 일부는 부유해진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곤궁해졌다. 비록 국민소득이 크게 줄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쓰임새는 늘기 마련이기 때문에 빈곤감이 더해진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정치권이 경제를 돌보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구조조정과 해고가 잇따른 산업체는 그것대로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외환위기(IMF) 때보다 더 혹독했던 최근의 불경기로 인해 우리 사회는 소중한 많은 것을 잃었지만 가장 안타까운 것이 팍팍해져 버린 인심일 것 같다. 잃은 것은 신뢰요 얻은 것은 원망이라 해도 지나침이 없다.
논어 위령공(衛靈公)편에는 ‘자기 스스로를 꾸짖기를 엄중하게 하고 남을 책망하기는 가볍게 하면 남의 원망이 멀어진다(躬自厚 而薄責於人 則遠怨矣)’고 했다. 자신에 대하여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가혹한 것이 세상 인심이지만 자기의 반성은 가혹하게 하고 남의 잘못에 대하여는 관대하게 용서하면 세상은 한층 아름다워질 수 있을 것이다.
제자 자공(子貢)이 “한마디 말로 평생토록 행할 만한 것이 있나이까(有一言而可以終身行之者乎)”하고 묻자 “그것은 바로 서일 것이다. 자기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베풀지 말아야 하느니라(其恕乎 己所不慾 勿施於人)”라고 공자는 답했다. 서(恕)는 남을 용서하는 것이다. 이에는 이로, 눈에는 눈으로가 아니라 자신이 원치 않는 일을 남에게 하지 말라고 하고 있다.
엊그제가 중복으로 더위가 절정에 달했다. 모두가 남의 탓만 하고 있으면 더 더울 수밖에 없다. 스스로를 돌아보며 남의 원망을 사는 일이 없는지를 살피고, 또 원망하는 마음이 생기면 서를 생각하며 마음을 다스려 보는 것도 피서의 한 방법일 뿐 아니라 직장인으로서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박재성 논설위원 js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