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메이드 인 코리아 어게인

 몇해 전 미국의 자동차회사 포드는 개혁의 귀재로 불리던 네이서를 새 CEO로 선임했다. 새 회장은 취임 후 포드를 전통적인 제조업으로부터 탈바꿈하기 위해 과감한 구조조정과 개혁에 착수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생산성이 떨어지고 판매도 부진해지는 등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결국 CEO는 물러났고 포드도 예기치 못한 어려움에 봉착하게 됐다. 이 실패의 핵심은 “모든 사람들이 회사를 탈바꿈하기 위한 개혁에만 매달리고 정작 자동차를 만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하는 우스갯소리에 함축되어 있다. 가치창출을 뒷전으로 한 구조조정이나 개혁은 큰 의미가 없는 것이다. 기업과 마찬가지로 국가도 핵심역량에 의한 생산활동이 활발히 이뤄지지 않고서는 발전을 도모하기 어렵다.

 요즈음 우리나라에서는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고 일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하자는 논의가 활발하다. 지난달 열렸던 ‘글로벌 톱10 기업을 키우자’는 모임도 이와 맥락을 함께하는 것이었다. ‘산업 이전에 기업의 중요성, 중소기업 육성과 대기업과의 조화, 내수에서 다시 수출로, 정부 기업정책의 개혁’ 등과 함께 관심을 끈 것은 서비스업 주도의 경제성장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사실 우리나라의 제조업은 ‘제조업의 역설’대로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줄어들어 이제 GDP의 30% 이내가 되었다. 반면 서비스업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늘어 40%를 넘어섰으며,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비율은 42대58이다. 이를 30대70의 선진국 구조로 만들기 위해서는 서비스업을 더욱 집중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 서비스업 주도 논리의 핵심이다. 여기에 굴뚝과 공해로 대변되는 한물 간 제조업에 비해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의 매력이 더해져 더 큰 힘을 받아왔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서비스업은 구조적으로 내수산업이어서 수출증가에 대한 기여가 10%에 불과한 반면 90%는 제조업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미 글로벌 톱10이 된 삼성전자를 비롯해 LG전자·현대자동차·포스코 등 제조업과는 달리 금융이나 비즈니스 서비스업 중에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기업이 거의 없다. 한마디로 현재 우리나라의 산업구조상 소득 2만달러를 달성하려면 제조업에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 서비스업의 육성도 제조업의 고도화를 지원하는 IT나 비즈니스 서비스업 등에 우선적인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물론 제조업에 승부를 걸 때도 딜레마는 있다. 중국의 급부상이다. 상하이를 방문하는 사람들마다 중국의 변모에 충격을 받고 돌아온다. 세계의 제조창인 중국의 추격으로 국내 제조업의 공동화 현상이 초래되는 등 그 기반이 위협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가 들 정도로 위험보다는 불명확한 기회를 더 강조하는 분위기가 존재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떤 형태로든 제조업의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는 소득 2만달러 달성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1989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발간한 ‘메이드 인 아메리카’는 미국 산업의 경쟁력을 회복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책으로 유명하다. 이 책은 미국 경제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서비스업 중심의 경제에서도 오히려 제조업을 다시 살려야 한다는 관점에서 연구된 보고서다.

 이 책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에도 몇개의 유사한 보고서들이 출간되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거시경제적 측면의 분석이나 각 기업의 보고서를 모아놓은 수준에 불과하다. 여기에는 우리나라의 일상적인 문제점과 진단이 나열되어 있을 뿐 더욱 심층적이고 실천적인 처방이 제시되지는 못했다. 그 이유는 MIT가 연구에 투입한 노력을 간과한 채 동일한 결과만을 얻으려 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뛰어난 공학자인 마이클 더투조스를 리더로 산업현장에 능통한 최고수준의 공학자, 경영학자, 경제학자, 정치학자 등 전문가들로 고도의 팀을 구성했다. 뿐만 아니라 산업의 밑바닥에서부터 출발하는 접근방식을 택하고 조사된 구체적인 자료들을 객관적이고 균형잡힌 시각으로 통합조정하기 위해 2년여에 걸친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소득 2만달러 시대가 구호로만 그치지 않기 위해 우리나라는 미국의 경험으로부터 배울 필요가 있다. 지금이라도 우리의 제조업을 살리기 위해 힘을 합쳐 제대로 된 ‘메이드 인 코리아’를 다시 추진해야 할 때다.

 

◆박성주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장 sjpark@kgsm.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