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디지털방송 설비투자 급증

12월 첫 송출 대비…경영압박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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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민간 방송사업자들이 올해를 디지털방송 원년으로 삼고 대대적인 설비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 총무성이 최근 발표한 ‘통신산업 설비투자조사’에 따르면 민간 방송사업자들은 올해 방송설비에 작년 대비 51.4% 늘어난 2123억엔(2조123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그동안 민간방송 분야의 설비투자가 2001년과 지난해 각각 1.3% 감소와 3.8% 증가에 머물렀던 데 비해 폭발적으로 늘어난 수치다. 반면 케이블TV사업자는 19.6% 줄어든 998억엔에 그쳐 대조를 보였다. 표 참조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같은 설비투자의 증액에 대해 “오는 12월 3대 도시권에서 지상파 디지털방송이 시작됨에 따라 민간방송사들이 이에 맞춰 방송의 디지털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실제로 전체 투자비율 중 디지털장비 부문이 49.1%에 달해 작년 39.1%에 비해 10%p 증가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민간방송사업자들에 지상파 디지털방송에서 고화질의 하이비전 프로그램을 제작·송출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따라서 3대 도시권에 위치한 민간방송의 경우 새로운 방송기기 도입이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방송기기 제조업체들은 디지털 방송기기를 중심으로 시장 확대기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선택의 여지없이 고가의 디지털 장비를 갖춰야 하는 민간방송사에는 경영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본 방송시장의 경우 도쿄에 기반한 니혼TV, 아시히TV, 도쿄TV 등 이른바 ‘키 5국’이 전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지역민간사업자들은 상대적으로 소규모에 그치고 있다.

 일부에선 디지털화 투자의 급팽창을 일본 방송시장의 재편을 불러오는 신호탄으로 확대 해석하고 있다. 키 5국을 중심으로 지방의 경영상태가 안좋은 민간방송을 재편할 여지가 있다는 것.

 한편 통신과 방송을 모두 합친 통신산업 전체의 설비투자는 작년 대비 4.9% 줄어든 2조6214억엔에 그쳤다.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