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 잭슨 감독의 영화 ‘보디가드(The Bodyguard)’는 미모의 인기가수(휘트니 휴스턴)가 광적인 팬의 협박편지에 불안을 느껴 고용한 대통령 경호출신의 베테랑 보디가드(케빈 코스트너)와의 로맨스를 그리고 있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서 흥행에 성공한 외화중 하나인데 특히 주제음악(I will always love you)은 지금도 다양한 프로그램에 삽입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최근 시작한 주말TV드라마 ‘보디가드’도 폭력성 시비가 있지만 꽤 인기몰이중이다. 얼핏보기에 껄렁껄렁한 건달 같은 주인공이 보디가드로 성장하는 과정을 코믹하게 풀어가고 있다. 특히 보디가드의 사명과 본분을 다하는 젊은이들의 의리와 정의감, 사랑을 보여준다. 자칫 보디가드 신드롬을 불러일으킬 조짐마저 보인다.
보디가드란 무술만 뛰어나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임무수행시 여러 부류의 사람들과 접촉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지적능력과 순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냉철한 판단력을 요구한다.
그래서인지 보디가드는 닷컴업계에서도 인기인 것 같다. 야후코리아는 이달 초부터 3명의 보디가드를 특별고용해 각층에 배치해 놓고 있다. 벅스뮤직은 여직원이 있어야 할 안내데스크에, 엔씨소프트는 고객센터에 각각 경호요원을 배치했다. 잡상인 출입부터 문서보안, 예기치 못한 대고객 문제 등 성가신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란다. 고객만족 서비스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보디가드의 수요는 갈수록 늘어날 것처럼 보인다.
엊그제는 음란스팸메일을 잡아내는 인터넷 보디가드(?)에 대한 시상식이 있었다. 전자대리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의 경우 올해 상반기에만 3000여건의 불법사이트를 잡아냈다고 한다. 폐쇄된 사이트 운영자들이 항의를 퍼붓고 이웃사람들도 힘들고 돈도 안되는데 왜 하느냐고 하지만 2년째 불법사이트와 전쟁중이다. 네티즌의 안전을 지키고 깨끗한 인터넷 환경을 만들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는 이들이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보디가드라면 지나친 과장일까.
이윤재 논설위원 yj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