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디스플레이산업 경쟁력

 아침에 눈을 뜨면서 읽게 되는 신문, 출근길에 듣는 라디오 방송, 가족을 출근 시킨 주부가 홈쇼핑이나 간밤에 놓친 드라마를 보게 하는 TV, 오랜만에 옛 고교 동창생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하는 휴대폰 등 현재 우리는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정보의 전달은 책과 같이 문자를 이용하는 경우 책 한 페이지에 담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이 32Kb 정도며, 보통 사람이 책 한 페이지를 정독하는데 3분 정도가 소요된다. 영상을 이용하는 HDTV의 경우 초당 3Gb 정도의 정보량을 전달할 수 있어 정보 디스플레이 장치를 통해 전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나 질이 다른 전달 매체를 이용할 때의 경우에 비해 월등한 장점을 갖고 있다.

 시장 또한 타 산업과 비교가 되지 않는 초고속 성장을 하고 있다. 평판 디스플레이 시장은 작년에 이미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를 능가하기 시작했으며, 매년 20∼30% 이상의 성장을 하여 5년 후인 2008년에는 전세계적으로 연 1000억달러의 시장 규모가 되어 단일품목으로는 전기전자분야에서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하리라 예상된다.

 다행히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스플레이 장치의 왕좌를 차지했던 브라운관 생산에서 국내의 삼성SDI, LG전자, 오리온전기 등이 전세계 시장의 50% 이상을 담당하던 실력을 디지털 시대에서 TFT LCD, PDP와 같은 평판 디스플레이 생산에서도 보여주면서 세계 1, 2위 생산업체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LG필립스LCD와 삼성전자에서 생산하는 TFT LCD의 통합 수출량이 올해 말까지 연 100억달러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신화에 이어 LCD 신화를 일궈 낸 세계 1, 2위 생산업체가 국내 회사며, 이 두 분야에서 신화 창조가 가능했던 것은 구미에서 개발된 원천기술이 일본에서 제품기술로 접목이 된 시점에서 국내 기업들이 과감한 투자, 양품률 관리, 원가절감, 신공정 도입을 통한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는 생산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TFT LCD 분야는 일본이 전략적으로 한국을 견제하기 위해 대만의 업체들에 기술 전수를 해주는 바람에 몇 개의 업체들이 한국 업체를 무서운 속도로 따라오고 있다. 지속적인 R&D를 통한 절대적 기술 우위 유지, 우수인력 확보 등의 노력 없이는 순식간에 선두 자리를 내주어야 할 시점이 올지 모른다. PDP도 현재 일본 4개사, 한국 2개사가 시장 선점을 위한 생산 시설 확충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한국의 2개사는 일본의 경쟁사에 비해 일천한 연구 개발 역사를 갖고 있으나 단기간에 생산기술 격차를 줄여 90%를 상회하는 높은 수율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사용하는 원천기술의 대부분이 일본의 경쟁사 소유며 이미 견제를 포함한 특허 공세가 시작되고 있어 단기간 내에 이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못할 경우 산업 자체의 존립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

 일본은 기술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일본 경제산업성 지원하에 PDP업체들의 공통된 숙제인 소비 전력 절감을 위한 고효율와 저가 생산을 위한 신공정 기술 개발사업을 PDP업계 공동으로 시작하고 있으며 이들 사업에서 개발되는 결과는 참여 일본 회사들만이 공유하는 비공개 지적 재산으로 관리되리라 예상된다. 유기 EL도 차세대 디스플레이 주자로 기대되고 있지만 이 분야 역시 유기 발광 재료의 원천 특허 때문에 국내 업체들이 고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어느 정도 생산 기술이 앞선다고 해서 우리가 진정한 의미에서 세계 1, 2위라는 착각은 금물이다. 평판 디스플레이 전분야에서 원천기술의 대부분을 전적으로 선발국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후발국이라 할 수 있는 대만, 중국 업체들은 풍부한 자금력, 국외에서 유입되는 우수한 인력을 바탕으로 맹렬히 추격을 해오고 있다. 국가차원에서 정보 디스플레이 산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장기 R&D 계획을 전문가 그룹에 의뢰하여 만들게 하고 이를 토대로 차세대 성장 동력 산업으로 키우기 위해 산학연이 공동으로 전력을 다해 추진해야 한

다.

◆황기웅 (서울 공대 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 부회장 kwhang@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