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명품 브랜드 창출하자

 21세기는 브랜드 소사이어티라는 말처럼 이른바 명품족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보통 수십 수백개의 브랜드를 알고 있다. 코카콜라와 마이크로소프트, 구치, 베네통 등 상품 브랜드는 물론 마이클 잭슨, 타이거 우즈와 같은 인명 브랜드까지 우리의 일상으로 파고들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브랜드 자체가 회자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기껏 미제, 일제, 독일제, 프랑스제 정도로 선호도를 표시했다. 해방 이후 밀물처럼 밀려든 미제는 우방국이 만든 질 좋은 상품 정도로 인식했고 일제는 디자인이 예쁘고, 독일제는 튼튼하고, 프랑스제는 세련된 상품 정도로 여겼다.

 그러나 글로벌 마켓 시대로 접어들면서 특정 국가와 상품을 연상하는 소비자는 거의 없다. 상품을 만든 기업조차도 소비자의 관심에서 배재되고 있다. 필립모리스는 몰라도 말보로는 아는 것처럼 그저 상품 자체의 브랜드에 관심을 둘 뿐이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소비자의 기억에 특정 상품을 사용한 후의 편익(benefit)이 자연스럽게 각인되기 때문이다. 즉 튼튼하거나, 편리하거나, 애프터서비스를 잘하거나 하는 식의 상품이 주는 편익이 각인되면서 기업보다는 브랜드 자체가 소비자의 뇌리에 남게 되는 것이다. 나아가 상품이 주는 편익의 선을 뛰어넘은 우호적인 기억이나 연상은 고객의 뇌리속에서 신뢰(trust-mark)라는 이름으로 한단계 발전하게 되면서 브랜드는 엄청난 충성도와 소비재생력을 창출하고 있다. 이것은 결국 브랜드 가치와 기업가치라는 유무형의 자산으로 변화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어떤 브랜드를 만들 것인가의 문제는 곧 기업의 성장과 흥망을 좌우하는 중요한 화두가 되는 것이다.

 기업가라면 누구나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를 만드는 꿈을 꾼다. 그럼에도 우리 기업들이 만든 브랜드 가운데 아직까지 명품 반열에 등재된 경우는 드물다. 세계 최고의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가진 상품이 속속 나오고 있음에도 한국산은 ‘싸구려’라는 기존의 브랜드 이미지 때문에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우리는 이제 이 벽을 뛰어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실현하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 국가전략 차원에서라도 이는 반드시 풀어야만 한다.

 하나의 해법으로서 왕성한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한 기업들이 애초부터 글로벌시장을 겨냥한 브랜드를 개발할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서 여건을 조성해주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국가의 경쟁력은 기업으로부터 나온다. 기업들이 상품을 만들고, 그 상품으로 국가가 부를 축적하는 브랜드를 창조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원천적인 해법으로 창의력있는 인재를 육성하는 일이 중요하다. 기왕에 탄생한 많은 명품 브랜드는 조금은 엉뚱한 발상에서 시작되기 일쑤였다. 어른들은 빗자루를 가지고 청소밖에 할 줄 모르지만 아이들은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닌다.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조성해 무한한 가능성에 도전할 수 있는 젊은 꿈나무를 만드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우리 고유의 문화적 콘텐츠를 충분히 반영한 브랜드를 개발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 역사적 유산과 고유문화는 우리의 상품이 외국상품과 차별화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미국이 기술과 문명의 힘으로 ‘매트릭스’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전략적 선택이라면 우리는 우리의 가락과 흥을 담아낸 ‘난타’ 브랜드를 띄우는 것이 전략적 선택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브랜드 창출과정의 전사(戰士)는 누가 뭐라해도 기업이다. 개별기업이 브랜드 자산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고 혼신의 노력을 다해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를 만들 때 우리의 살길이 열린다. 며칠 전 한국을 방문한 세계적인 미래학자 존 나이스 빗은 “미래의 성장엔진은 국가가 아닌 기업”이라고 하였다. 노석학의 말은 결코 국가의 중요성을 부정한 것이 아니라 기업인의 역할과 책임을 역설적으로 강조하기 위한 것이리라.

◆장흥순 벤처기업협회장 hschang@turbote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