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통신재해, 예방이 최선

 통신재난에 대한 국가 차원의 체계적 관리를 전담할 ‘통신재난관리위원회’와 ‘통신재난대책본부’가 발족됐다. 이로써 태풍이나 화재 등 자연재해와 인공재난에 대한 평상시의 통신장애 예방과 비상시의 긴급 통신복구를 수행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장마가 한차례 지나가긴 했지만 폭우와 태풍이 매년 8, 9월에 집중돼 왔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통신시스템의 재해예방 및 피해 최소화를 위한 대책마련이 필요한 시점에서 두 기구가 구성된 것은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특히 통신재난관리위원회에는 정통부 장관은 물론 국방부, 행자부 등의 차관급이 포함된 만큼 앞으로 통신재난 발생시 군 헬기 지원과 재난피해에 대한 보상이 관계부처간 유기적 협조를 통해 신속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정보사회는 각종 정보인프라 구축 못지 않게 통신망의 안정적인 운용과 위기관리 능력 확보가 그 무엇보다 우선돼야 할 과제라는 점을 우리는 수없이 지적해왔다. 국가를 움직이는 신경망이자 원동력이라 할 수 있는 기간통신망이 재난으로 인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때 그로 인한 혼란과 피해는 국가를 공황상태로 몰고갈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나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 서울 여의도에서 발생한 지하공동구 화재로 인해 여의도의 도시기능이 일시에 마비된 것이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한 곳의 화재발생으로 인해 전화·인터넷 불통은 물론 여의도 은행지점들의 입출금업무가 중단되고 위성방송 송출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던 것이다.

 화재 등 인공재난은 어느 정도 주의만 하면 근절될 수 있으나 태풍·홍수·폭설 등 자연재해는 아무리 첨단과학기술이 발달해도 이를 원천 근절하는 것은 인간의 능력으로는 불가항력에 속한다. 지난해 8월 태풍 ‘루사’가 한반도를 강타해 통신과 전기 등 국가기간망이 곳곳에서 끊어져 통신이 마비된 지역이 한두 곳이 아니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몫으로 돌아왔음은 물론이다.

 올해는 무사했으면 하지만 자연재해는 누구도 예측하기 힘들다. 자연재해에 대비해 사전에 취약한 곳을 점검하고 미흡한 점이 있으면 방지책을 마련하는 것밖에 없다. 무슨 일이든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이를 막는 사전 예방이 최상책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은 하책일 뿐이다. 사고 발생 후 아무리 피해를 신속하게 복구해본들 그간의 손실은 회복될 수 없고 복구에 따르는 물적·인적·시간 낭비도 상당할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 발족한 통신재난대책위원회의 역할이 기대된다. 특히 내달에 ‘국가 통신재난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9월에는 국가재난관리시스템과 연계된 ‘통신재난관리시스템 및 DB 구축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계획을 세우는 것도 좋지만 이를 제때 시행하는 게 중요하다.

 무엇보다 주요 기간통신사업자들이 자연재해에 대비해 각각 기지국과 전송국사·철탑 등에 대한 점검을 실시, 미비한 시설에 대해 보수작업을 하고 있다고 하니 안심이다. 뿐만 아니라 복구물자 등의 분산배치는 물론 각종 재난으로 인한 고립지역이 발생할 경우 신속한 통신지원이 가능하도록 이동위성중계(SNG), 이동식 마이크로웨이브 장비 등을 이용한 긴급복구 방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이러한 통신사업자들의 사전 재해예방 활동이 성과를 거둬 자연재해로 인해 통신시스템이 마비되거나 침수로 인한 통신두절 등의 비상사태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