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바이오업계에 희망을 주는 것 같았던 탯줄혈액은행시장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바이오벤처기업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선발업체들은 시장을 지키기 위해, 후발업체들은 시장을 빼앗으려 혈안이 돼 있다. 이들간의 경쟁은 시간이 갈수록 차별화된 마케팅이나 품질이 아닌 상대방 헐뜯기로 변질되고 있다. 한 기업의 탯줄혈액 보관 프로그램은 절대 믿을 수 없다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병원에 막대한 리베이트를 주며 고객을 유치한다는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져만 가고 있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기자에게 ‘제보합니다’라는 제목의 e메일이 날아들었다. 내용은 요즘 한창 주목을 끌고 있는 한 탯줄혈액 보관 바이오벤처기업의 비리를 고발한다는 것이었다. 이 메일에는 자신이 전에 다니던 회사의 비리를 폭로하게 돼 가슴이 아프다는 말과 함께 그 기업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계약서가 첨부돼 있었다. 계약서에는 이 기업이 탯줄혈액 1건당 50만원을 병원에 주기로 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심지어 메일 내용을 확인해줄 사람들의 전화번호까지 기입된 친절한(?) 안내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누가 이런 내용을 보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탯줄혈액 보관은행을 운영하는 기업들간 상호 비방전이 위험수위를 넘어 막다른 골목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탯줄혈액 보관사업은 단순한 보관업이 아니다. 인간의 고귀한 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 열쇠를 보관해주는 첨단 생명공학사업이다. 이런 사업을 운영하는 기업들의 최근 행동을 보면 대부분 연구보다는 어떻게 하면 경쟁기업을 매도할까에 한눈을 팔고 있다. 갖가지 의혹과 소문에 만신창이가 돼버린 탯줄혈액 보관은행에 어떤 고객이 안심하고 아기의 탯줄혈액을 선뜻 맡길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경쟁기업에 대한 의혹은 수사기관에서 해결할 문제다. 이제 그만 조그만 시장에서 서로를 헐뜯어온 고질적 폐습을 버리고 첨단 생명공학회사로서 자존심을 세우는 데 주력하길 바란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