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쯔와 IBM이 기존 슈퍼컴퓨터보다 가격이 무려 90% 저렴한 클러스터 슈퍼컴퓨터를 개발해 이미 수주에 성공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과 EBN이 31일 보도했다.
수퍼컴퓨터 클러스터 기술은 범용CPU를 수백개에서 수천개를 연결해 슈퍼컴퓨터의 성능을 구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가격면에서 기존 벡터 슈퍼컴퓨터에 비해 월등히 저렴하다는 강점을 갖췄다.
후지쯔는 무상 운용체계(OS)인 ‘리눅스’를 사용하고 2048개의 인텔 범용CPU를 사용해 12.4테라(1테라=1조)플롭스의 연산속도를 가진 슈퍼컴퓨터를 개발했다. 이 회사는 일본 문부과학성 산하 리칸연구소와 5년간 월이용료 6000만엔(6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리칸연구소는 후지쯔의 슈퍼컴퓨터를 인간 게놈 분석 등 바이오·나노기술 연구에 활용할 계획이다.
후지쯔측은 “슈퍼컴퓨터 분야에서 무상OS와 범용CPU를 사용하는 예는 최근 계속 있어 왔다”며 “특히 이번 후지쯔 제품은 미국의 한 전문기업이 가진 11테라플롭스 기록을 깬 세계 최고 속도”라고 밝혔다.
IBM 제품은 리눅스를 OS로 채택하고 AMD의 64비트 옵테론246칩 2636개를 사용해 11.2테라플롭스의 처리속도를 구현했다. IBM은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산업기술총합연구소와 11억9000만엔에 이 제품의 수주계약을 맺었다. 특히 IBM의 제품은 옵테론칩을 채택한 첫 서버란 점에서도 주목된다. 외신들은 “후지쯔와 IBM의 제품이 모두 내년 봄께 가동을 개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개발 및 수주는 저가격을 실현해 지금까지 고가라는 벽에 부딪쳐 시장확대가 어려웠던 슈퍼컴퓨터 분야에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슈퍼컴퓨터 시장은 지금까지 주로 정부산하 연구기관 등이 중심이 돼 수요를 이끌었다. 두 회사는 그러나 저가격을 무기로 앞으로 자동차제조업체, 제약회사 등 규모가 큰 기업의 연구기관을 새 수요처로 개척해 나갈 방침이다. 가트너재팬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슈퍼컴퓨터 시장은 4300억엔(4조3000억원)이었다.
한편 현재 가동 중인 슈퍼컴퓨터 중에서 최고 성능의 제품은 NEC가 우주개발사업단 등과 지난해 공동개발한 기종으로 41테라플롭스의 연산속도를 갖췄다.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