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포럼]한국형 게임평가모델

 간혹 인터넷에서 영화 관련 커뮤니티나 잡지 기사 등을 읽다 보면 영화평론가의 다양한 평가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관객 혹은 제작자의 글을 종종 볼 수 있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한 영화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 관객이나 오랜 기간의 산고 끝에 작품을 만들어낸 제작자의 경우, 평론가의 단순한 말 몇마디에 자신의 산물이 비하되거나 혹은 저평가되는 일을 겪고 싶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그 평론가의 글이 다시 비평대에 오르기도 하고, 서로 다른 논조와 문체로 여러차례 평론을 심도있게 주고 받기도 한다.

 이렇듯 하나의 영화를 두고도 극단적으로 평이 나뉘고 다양한 반응들이 나올 수 있는 것은, 결국 서로가 입장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또 평론이라는 것 자체가 심도있게 고민한 개인의 생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서로가 간과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게임보다 훨씬 더 오랜 역사를 지닌 영화도 이럴진데 고작 반세기가 채 지나지 못한 게임은 도대체 어떠할까. 사실 게임에 대해서는 현재 객관적인 평가기준이라는 것 자체가 모호한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에 게임을 평가하는 대부분의 게임관련 매체들 또한 게임기자 여러명의 평가를 통해 나름대로의 객관성을 유지하려 노력해왔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불만과 위험요소는 존재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게임의 평가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게임 개발자도 할 수 있고 평론가도 할 수 있으며 심지어 초등학생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평가라는 것이 모두에게 열려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와 함께 더욱 공정하고 책임감 있는 게임 평가를 위한 방법도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사실 우리보다 훨씬 더 게임의 역사가 깊은 일본과 미국에서도 완벽한 평가모델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들 또한 그들에 맞게 지속적으로 평가모델을 변형시키고 발전시켜왔을 뿐이다. 그리고 일본과 미국의 게임이 우리의 게임과 다르고, 우리의 게이머들에게 다가오는 느낌이 다르듯, 우리의 한국형 게임평가모델도 이제는 정립할 때가 된 것이 사실이다. 또한 한국형 게임평가모델을 만들 주체의 구성이 중요하다고 본다.

 한국형 게임평가모델은 게임에 대한 이해관계가 없는 공공성격의 기관이 주도가 되어야 한다. 아울러 게임평가단의 구성에서도 공정한 평가를 위한 중립적 평가단의 운영이 절실하다. 민간게임업체가 게임을 평가했을 때 그 파장은 매우 클 것이 극명하기 때문이다. 최근 포털의 순위를 발표할 때가 되면 해당 포털들의 명암이 달라진다. 그만큼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소비자주권시대에 소비자의 평가에 따라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대적 조류에 발맞춰 게임분야에서도 중립적 공공기관의 게임평가가 시도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게임 이해관계자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게임 역사를 볼 때 한국형 평가모델의 구축은 결코 단기간에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오랜 기간 모델을 정립하고 적용한 뒤 반복해서 수정해가는 장기간의 사업이 필요하다. 또한 무엇보다 모델 정립의 중요성을 게임업계가 스스로가 깨닫고 적극적으로 함께 구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겠다.

 무엇보다 게임평가모델의 중요성은 단순히 게임의 재미를 평가하는 데만 있지 않다. 평가를 넘어 게임의 개선점을 말하고 우리의 게임을 우리 스스로가 발전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그렇기에 한국형 게임평가모델은 앞서도 이야기했듯 게임 개발에 관해 알고 있는 개발자의 적극적인 평가와 조언, 그리고 게임의 재미에 대해서 객관적이면서도 깊이있는 시야를 가지고 있는 평론가의 평가와 조언, 마지막으로 게임을 즐기는 실제 게이머의 평가와 조언, 이렇게 삼박자가 함께 어우러져야만 가장 이상적인 평가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한국게임개발자협회장 정무식 master@kg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