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예산처의 `치킨 봉지`

 내년도 정부 예산안작업이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요즘 기획예산처에는 ‘치킨 봉지’를 손에 든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이 치킨 봉지에는 예산담당 공무원과 한마디라도 더 나누고, 한가지라도 더 설명하고 싶은 마음이 담겨있다. 자신의 업무를 보다 잘 추진하는데 필요한 ‘총알’인 예산은 기획예산처 담당 공무원의 ‘해당업무에 대한 이해’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똑같이 ‘치킨 대화’를 나눠도 IT·정보화·e비즈니스 등 다소 내용이 복잡한 업무를 맡고 있는 부처의 공무원과 일반적인 민생 업무를 맡고 있는 부처 공무원의 ‘예산작업’ 사정은 판이하게 다르다.

 기획예산처 공무원들은 ‘외부관계’로부터 자유로운 예산편성을 위해 원칙적으로 1년에 한번씩 자리가 바뀐다. 따라서 분야별 전문성은 비교적 적은 편이다. 이 때문에 ‘쉬운 업무’는 ‘한번의 치킨 대화’로 설명할 수 있으나 ‘어려운 업무’는 ‘수차례의 치킨 대화’로도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더욱이 바쁜 예산철에 기획예산처 공무원과 ‘수차례’ 만날 수 있는 ‘행운’ 또한 그렇게 쉽게 오지 않는다.

 대통령은 “차세대 성장동력은 한국경제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주력기간산업에 IT 등 새로운 기술을 접목해 고도화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며 정보화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그러나 예산처의 한켠에서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올해 정보화 관련 예산이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같은 상반되는 상황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업무내용이 어려운’ 정보화 관련사업이 그 중요성과 미래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도 한 원인이 아닐까 싶다. 이유야 어떻건 IT대통령 시대의 첫 정부예산작업은 어쩐지 대통령의 정보화에 대한 가치판단과는 별개로 진행되는 듯한 인상이다.

 경쟁이 격화되는 환경에서 예년보다 낮은 투자가 이뤄지는 분위기라면 우리는 정보화, 인터넷강국, e코리아의 이미지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는 5년 뒤에 ‘잃어버린 5년’을 보충하기 위해 20년을 허비해야 할지도 모른다.

<디지털경제부·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