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가 극심한 재정적자에 시달리면서 세계 정보기술(IT) 산업의 핵심을 이루는 이 지역의 실리콘밸리 기업들도 유탄을 맞고 있다.
90년대 말 2000년대 초 닷컴호황이 끝나면서 IT산업도 침체됐다. 이에 따른 실업자 증가는 캘리포니아의 조세 수입감소를 가져왔고 이는 주정부의 IT관련 예산 지출을 줄여 IT기업들을 더욱 위축시키는 악순환을 만들어냈다.
지난주 미국 정보기술산업협회(ITAA) 주최로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서 열린 IT기업인과 캘리포니아 주정부 담당자들의 회합은 주정부의 IT지출 축소 경고로 우울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고 C넷이 보도했다.
캘리포니아주 클라크 켈소 최고정보책임자(CIO)는 이 행사에서 계속되는 재정적자로 IT분야의 지출을 감소하고 우선순위를 재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주정부의 IT지출 계획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삭감폭은 ‘심각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현재 연간 30억달러에 이르는 IT예산 지출에 대해서 보다 엄격한 기준이 적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2.4% 성장하는 등 미국 경제가 전반적으로 회복의 기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캘리포니아는 380억달러의 막대한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정치적 갈등으로 예산안 의회 비준이 안돼 자칫 공무원들이 월급을 받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공공시설, 대학에 대한 지원도 대폭 줄어들 위기에 처해 있다.
이에 따라 주정부의 IT예산 지출도 임금 및 회계시스템과 같은 핵심 경영 시스템에 집중될 것이라고 켈소 CIO는 밝혔다. 정부서비스에 대한 접근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적극 추진하던 ‘e정부’ 계획도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캘리포니아는 IT지출을 1억달러 절감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업체들과 IT납품계약을 맺을 때도 비용절감 효과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또 주정부와 오라클의 소프트웨어 수의계약 사건이 파문을 일으킨 것도 주정부의 IT지출을 위축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IT산업의 중심지로 IT기업들로부터의 조세수입이 재정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캘리포니아주마저 IT지출 삭감에 나서면서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다른 정부 기관들도 비슷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미국 국토안보부는 보안 IT개발을 위해 내년에 실리콘밸리 기업들에 10억달러의 자금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숨통을 틔워주는 한줄기 서광으로 기대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