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어느 중소업체 사장의 하소연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줄 누가 알기나 하겠습니까. 방송법 개정 문제로 사실상 일손을 놓고 있습니다.”

 위성방송 공시청 수신설비를 개발한 한 중소기업 사장의 푸념이다.

 이 업체는 자체기술로 QAM방식의 위성방송 공시청 수신설비를 개발해 왔다. 종업원 7명의 영세 기업임에도 적잖은 인력과 자금을 투입, 최근 장비개발을 완료하고 희망에 부풀었다. 그러나 방송법 개정이라는 파고에 밀려 어렵게 개발한 장비가 창고에서 먼지만 쌓여가고 있다.

 방송법 개정안은 위성방송 공시청과 관련,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에 맞게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한편 독자적인 공시청 수신설비 이용방송을 금지하도록 했다. 더욱이 전송장비도 위성으로부터 받은 신호를 디지털데이터로 변조해 공급하는 쾀(QAM)방식이 아닌 SDM-IF방식의 분리 전송배선을 설치하는 IF방식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비단 이 업체뿐만 아니다. 이 방식으로 개발해 온 상당수 방송중계 장비업체로서는 허탈할 수밖에 없다.

 많은 업체들이 이 방식을 채택해 개발한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유럽쪽 헤드엔드 장비들이 디지털방식으로 전환한 데다 공청 선로가 나쁠 경우에도 양호한 수신상태를 보이는 등 QAM방식이 IF방식보다는 장점이 있다. 장비가격 역시 저렴하다.

 그러나 이제 QAM방식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업체 관계자들은 말한다. 무엇보다 위성방송 공시청 자체가 중복투자 등 국가자원 낭비를 초래할 수도 있고 방송사업자간의 역무 혼란 및 케이블TV사업자 역무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등의 부정적인 면이 부각돼 시장자체의 미래가 밝지 않다. 이미 스카이라이프는 지난해 스페인업체로부터 IF방식의 공시청 장비를 도입, 4500채널 정도를 도입한 바 있으나 반대에 직면해 있다.

 중소기업의 한가닥 희망은 이제 제한된 지역이나마 IF방식과 QAM방식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는 것이다.

 “지난해 외국업체에 내준 시장을 이제 되찾게 됐다고 기뻐했는데…. 어느 누가 이 후미진 연구실 한켠에서 흘리는 중소업체의 땀의 의미를 알아주겠습니까.”

 이들업체로선 개발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야 스스로 감수하려 하나 정책 당국이 업계의 현실을 너무나 모르는 게 야속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