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자정부 로드맵 실천이 중요

 참여정부의 국가정보화사업 기본방향을 제시할 전자정부 로드맵 윤곽이 드러났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대통령 직속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에서는 전자정부 사업목표를 ‘세계 최고수준의 열린 전자정부’ 완성으로 정한 듯하다. 한마디로 전자정부 완성도를 통합처리단계로 끌어올린다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서비스 전달체계 혁신과 행정 효율성·투명성 향상을 통한 네트워크·지식정부 구현에 초점을 두고 33개 추진과제를 참여정부 5년 동안 시행하는 형태로 가닥을 잡은 모양이다.

 이러한 전자정부 로드맵이 확정되면 재정·세제개혁, 인사개혁, 지방분권, 행정개혁 로드맵 등 정부혁신과 지방분권에 대한 총체적인 청사진이 그려지는 것이다. 물론 참여정부 출범 후 귀중한 4개월 동안 한가롭게 로드맵이나 만들며 세월을 허송했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성급하게 단기적인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사업을 추진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로드맵을 정해 일정에 따라 사업을 차근차근 추진해 행정업무의 전자화를 착실하게 추진하는 게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번 전자정부 로드맵 설정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현재까지 드러난 전자정부 추진과제를 보면 정부업무인트라넷포털(EP), 전자감사, 전자국회, 지방 전자정부 구현 등 모든 행정업무를 전자화해 공무원들의 ‘일하는 방식 혁신‘은 물론 ‘대국민 서비스를 혁신‘한다는 것이다. 정보자원의 공유를 위한 범정부적 통합전산환경 구축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특히 온라인 국민참여확대 차원에서 주요 국정현안에 대한 전자주민투표제와 전자선거제도 등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보면 전자정부 로드맵 추진은 정부개혁 차원을 넘어 국가 운영체제의 틀을 바꾸는 ‘국가개조 작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로드맵대로 실천된다면 기대해 볼 만하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실천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는 추진메커니즘이 제대로 갖춰져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참여정부 들어 국가 전체 최고정보책임자(CIO)를 어느 부처가 담당할 것인지를 두고 주도권 다툼이 있었고 부처간 정보공유가 잘 안된다는 지적이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이와 함께 전자정부의 효율성과 이용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개인정보의 보안 문제가 새로운 과제로 등장한다는 점도 고려해야할 사항이다. 물론 정보화로 인한 혜택을 누리면서 개인정보가 오·남용되지 않도록 제도적, 기술적 보완책을 마련한다면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현재처럼 보안성을 강화한다고 시스템마다 ID와 패스워드가 별도로 필요한 것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그냥 둔다면 전자정부의 효율성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전자정부의 궁극적인 목표는 개인과 기업이 사이버 공간에서 정부와 만나 모든 업무를 처리함으로써 사회 전체의 경쟁력과 투명성을 높이는 데 있다. 특히 행정의 기본단위가 시·군·구 등 지방자치단체임을 감안하면 중앙집중적인 전자정부가 아닌 분산형, 혹은 지방의 자치성을 살릴 수 있는 전자정부의 개념적 접근이 필요하다. 현실공간에서 수도권 중심의 국가운영이 지방의 공동화 현상을 초래했듯이 사이버 공간에서마저 지방의 황폐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범국가적인 전자정부도 중요하지만 지방사람들은 ‘작지만 효율적인’ 주민참여형 전자정부를 원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