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외조(外助)

 미국 경제전문 격주간지 포천 최신호(8월11일자)는 회사 내부와 업계, 나아가 지구촌 사람들의 행동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재계 리더 25인’을 선정 발표했다. 이중 여성경영자(CEO)로는 칼리 피오리나HP회장이 유일하게 19위에 올랐다. 세계 최고 반열의 CEO임을 다시한번 입증했다.

영어교사였던 피오리나가 세계적 인물로 올라선 뒤에는 화가인 어머니(매들런 스니드)와 함께 남편 프랭크를 빼놓을 수 없다. 프랭크는 통신회사인 AT&T에서 피오리나를 만난 후 경영가로서의 자질을 일찍 간파하고 그녀을 돕는데 힘썼다. 프랭크는 전 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2명의 딸을 키우는 부담을 그녀에게 안기지 않았음은 물론 피오리나가 루슨트 사장이던 98년 7월부터는 바쁜 부인을 돕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돌아섰다. 피오리나는 루슨트에서 HP로 옮긴 뒤 “내 성공은 헌신적인 남편 덕분”이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e베이를 세계 최대의 경매사이트로 키운 멕 휘트먼도 피오리나와 마찬가지로 어머니에게서 강인한 승부근성을 물려받았으며, 남편의 외조가 한몫했다. 보스턴의 신경외과 의사였던 남편은 그녀가 캘리포니아의 e베이 사장으로 옮길 때 사표를 던졌다.

 국내 벤처업계에선 ‘철의 여인’으로 통하는 이지디지탈 이영남 사장(여성벤처기업협회장)의 뒤에도 키 180㎝가 넘는 미남의 남편이 있다. 미국지사에 나가서 두 아이의 교육까지 책임지고 있는 그는 그녀의 사회활동에 관한 한 100% 이해하고 조력을 아끼지 않는 외조 남편이다.

 외조는 ‘아내가 사회적인 활동을 잘 할 수 있도록 남편이 도와주는 것’을 의미하는 말로 1980년대 후반 이후에 간행된 사전류에 등재되기 시작했다. 남자의 완력이 중시됐던 농경사회나 산업사회와는 달리 정보사회에선 여성의 능력이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윤재 논설위원 yj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