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번개불에 콩 구워먹기

 전국 702개 공공기관은 지난 99년 제정·공포된 ‘공공기관의 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의무적으로 기록물 전산관리체계(자료관시스템)를 도입해야 한다.

 이에 따라 관련 소프트웨어 수요만 300억원 이상, 하드웨어를 포함할 경우 1000억원대의 시장이 새로 창출된다. IT경기침체로 매출에 비상이 걸린 소프트웨어업계로서는 결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그러나 이를 주관하는 행정자치부 산하 정부기록보존소의 사업추진일정이 번개불에 콩 구워먹듯 급하게 추진되면서 업계의 불만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정부기록보존소의 추진일정을 보면 7월 30일 1차 자료관시스템 인증시험 설명회, 8월 5일 2차 설명회, 8월 11∼16일 인증시험 실시 공고 및 신청서 접수, 8월 20일 시험대상제품 설치 및 환경 구성, 8월 22일∼9월 2일 인증시험 실시 등이다.

 설명회에서부터 인증시험을 완료하는 데까지 한달 정도다. 일단 일정이 확정됐기 때문에 자료관사업 수주에 뛰어든 업체들은 이를 맞추기 위해 다른 사업에는 신경쓸 틈조차 없이 동분서주하고 있다.

 더욱이 20여일만에 14개 대분류, 234개 세부항목의 시험규격을 소화하는 것이 무리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난해 5월부터 시험사업자로 활동해온 업체들에 유리한 것이 아니냐는 편파시비마저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기록보존소측은 내년 1월부터 전면적으로 자료관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8월중으로 인증시험을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설명한다. 또한 지난 1월부터 표준규격안과 관련해 업계 의견을 꾸준히 수렴해왔기 때문에 그다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21세기 사고(史庫)를 만드는 국가사업이 이처럼 촉박한 일정속에서 제대로 만들어질지에 대한 의문은 가시지 않는다.

<정보사회부·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