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세계를 누빈다"

올들어 中시장악화로 동남아 공략

 국내 휴대폰업계가 시장다변화의 결실을 거두면서 글로벌 경영에 돌입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1년 CDMA 도입으로 국내 휴대폰업체들의 해외진출 기회를 넓혀줬던 중국 시장이 올해들어 공급과잉과 가격하락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업체들이 동남아·유럽·중동 등 세계시장 개척에 경주, 성과를 내고 있다.

 ◇동남아 시장 진출 활발=국내 휴대폰업체들이 중국의 대안으로 가장 먼저 눈을 돌린 곳은 동남아 시장이다. GSM 위주의 동남아 국가들이 중국에 이어 CDMA 서비스를 속속 도입하고 있는 데다 국내 휴대폰업체들은 중국 GSM 휴대폰 시장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아 동남아 시장 진출이 용이해졌다.

 매출의 절반 가량을 중국 시장에서 올리는 팬택(대표 이성규)은 최근 대만의 최대 전자유통업체인 아르코아와 손잡고 GSM 단말기를 독자브랜드(브랜드명 팬택파이온)를 부착, 2만대 가량을 수출했다. 또 지난 5월에는 태국 방콕의 현지 협력업체인 제이마트의 관계자 및 유통딜러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GSM 단말기 신제품(모델명 큐트Q80) 출시 기념회를 열고 초도물량으로 1만대 가량을 공급했다.

 노 상무는 “올해 태국과 대만의 협력업체를 통해 GSM 단말기 20만대 가량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연내에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으로 동남아 시장을 확대하고 중동 현지지점 설립도 준비하는 등 해외시장 다변화를 한층 가속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맥슨텔레콤(대표 홍성범)은 필리핀 시장에 GSM 단말기를 내놓았으며 텔슨전자(대표 한남수)도 태국에 CDMA 단말기를 수출, 동남아 시장에서 한국 휴대폰의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메이저 시장 간다=세계 최대 휴대폰 시장인 유럽과 미국을 직접 겨냥한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들 메이저 시장은 시장진입 장벽이 높고 기술적인 조건도 까다롭지만 세계적인 휴대폰업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일단 메이저 시장에 진입하면 제품과 기업의 경쟁력을 입증받을 수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다.

 덴마크에 연구개발(R&D)센터를 운영중인 맥슨텔레콤은 올해초 이탈리아 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최근에는 러시아 시장에 입성, 유럽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팬택도 조만간 러시아 시장에 휴대폰을 공급할 계획이다.

 까다로운 테스트로 진입이 어려웠던 미국 시장 진출도 활발해졌다. 텔슨전자가 다음달 미국 시장에 휴대폰 공급을 확정지었고 미국의 휴대폰 유통업체와 제품공급에 관한 막판 의견을 조율중인 세원텔레콤도 이르면 이달중에 미국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텔슨전자 한남수 사장은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1년여를 현지법인과의 협력을 통해 철저하게 준비했다”며 “텔슨전자는 미국 시장 진출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영 시동=업체들은 이처럼 세계 시장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경영전략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과 함께 생산과 개발을 분리하는 추세다. 팬택·텔슨전자·맥슨텔레콤이 이미 해외 생산기지를 가동하거나 설립중이며 R&D센터도 현지로 옮겨가고 있다.

 맥슨텔레콤 홍성범 회장은 “통신선진국인 유럽에는 R&D센터를 두고 노동비가 저렴한 필리핀에 생산법인을 둬 비용절감은 물론 제품 개발에도 앞서가고 있다”며 “글로벌 경쟁체제에서는 현지화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