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나베이가 내려다보이는 싱가포르 콘래드인터내셔널호텔에서 지난 7, 8일 열린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시스템’ 제품 설명회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각국에서 30명 가량의 기자들이 참가해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싱가포르뿐 아니라 유럽, 미국 등에서 동시에 진행된 마이크로소프트의 이번 미디어워크숍은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전세계 언론에 오피스프로그램 전략과 신기술을 소개하는 의미있는 행사다.
그러나 아시아태평양의 주요 국가인 일본과 중국은 싱가포르에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마이크로소프트는 일본과 중국에서 각각 독자적인 설명회를 개최해 그들만을 위한 전략을 선보였다.
세계시장을 아시아, 북미, 유럽, 남미 등 지역별로 나눠 현지 사정에 맞는 마케팅 전략과 투자를 진행하는 것은 모든 다국적기업이 갖는 공통된 경영방식이다. 이 가운데 매출 규모와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은 지리적 구분과 관계없이 별도로 관리된다.
전세계 74개 법인을 가진 다국적 공룡기업 마이크로소프트는 일본과 중국을 ‘아시아태평양지역(APAC)’이 아닌 일본(Japan)과 그레이트차이나(GCR:Great China Region)라는 독립된 시장으로 분류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두 나라를 얼마나 중요한 시장으로 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동북아 3강’, ‘IT강국’을 자임해 온 한국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홍콩, 필리핀, 베트남과 나란히 같은 반열에 올라 있다. 당황스럽지만 거대 자본을 움직이는 다국적기업이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경제적 가치는 누구보다 정확할 것이다.
제아무리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을 외쳐본들 우리가 그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시장성은 아직 일본과 중국에 비해 한없이 초라할 뿐이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가 ‘우물 안 IT강국’에서 벗어나 한 푼 에누리 없이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지금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봐야 할 때다.
<싱가포르=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