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불분명한 역무규정 규정

 국내 유일의 위성방송사업자인 스카이라이프의 출범 이후 케이블TV업계의 관심사로 이른바 SMATV라는 공시청수신설비 이용방송과 관련된 이슈가 부각되고 있다. 방송법상으로도 명확히 규정돼 있는 방송역무가 왜 이같이 첨예한 사안으로 이번 방송법 개정에서까지 논의되고 있는지 케이블TV업계로서는 이해할 수 없다. 더구나 명확한 근거없이 음영지역에 대해 위성방송의 공시청수신설비 이용을 허용한다는 이번 개정안은 케이블TV업계로서는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는 현안으로 대두되기에 이르렀다.

 몇가지 거시적 관점에서 위성방송의 공시청수신설비 이용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싶다.

 첫째 전국을 상대로 독점방송사업을 허가받은 유료상업방송매체에 지역방송사업자인 SO와 중계유선의 기본역무를 허용하는 것은 세계 어디에도 유례가 없는 일이다.

 현재 방송법 제2조에는 전송 선로설비를 이용해 행하는 다채널 방송을 종합유선방송으로, 인공위성의 무선국을 이용하여 행하는 방송을 위성방송으로 명확히 구분해 놓고 있다. 그런데 개정안 제93조 2항과 3항, 4항에는 공시청수신설비 이용가능 방송사업자에 위성방송사업자를 제한적으로나마 포함시키려는 것은 방송법 제2조의 방송사업자간 역무과 정면배치하는 것이어서 방송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일이 발생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

 둘째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또 다른 문제점을 노출하게 될 것이다. 우선 정부가 추진중인 차세대통합네트워크(BCN)의 주요 가입자망으로 케이블TV의 HFC망과 국가 신성장동력으로서의 큰 축의 하나인 디지털TV산업에서의 케이블TV의 위치는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따라서 국가 차원의 케이블TV산업 육성이 필요한 시점에서 특정사업자의 지원을 위해 공시청수신설비의 사용을 허용한다면 케이블TV 전체 산업발전 및 디지털화 계획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또한 기술적 측면에서는 주파수 대역 활용 등의 심각한 문제점도 파생하게 될 것이다. 위성방송사업자가 사용을 주장하는 950∼2150㎒의 주파수 대역은 향후 케이블TV가 디지털미디어센터(DMC)에서 제공할 HDTV와 VOD, 양방향데이터방송, 정부가 추진하는 T정부 서비스 등 다양한 디지털서비스나 초고속인터넷서비스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대역이다.

 행정관리적 측면에서도 불합리한 일은 한 두 가지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케이블TV는 사업초기부터 우수한 방송품질 확보 등을 이유로 유선방송국 설비 등에 관한 기술기준에 MATV와 구내전송선로설비를 분리배선해줄 것을 건의해 왔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분리배선이 아닌 조건부 분리배선을 기술기준에 규정해 놓은 상태여서 SO는 이로 인한 막대한 유지보수비용을 지출하면서 공청시설을 재정비해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하에서 위성방송의 음영지역에 대한 예외적인 허용은 사용전 시설검사나 불법방송 행위 단속을 위해 수없이 많은 행정인원이 필요하게 돼 사실상 감독과 확인이 불가능하고, 특히 음영지역에 대한 모호한 규정은 사업자간 끝없는 다툼과 분쟁을 야기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근래 거론되고 있는 시청자의 권익이라는 측면에서도 디지털 시대에는 매체의 종류가 아니라 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콘텐츠, 즉 볼거리가 더 큰 주제라고 본다. 현재 케이블TV와 위성의 콘텐츠가 큰 차이없는 상황인데, 케이블TV의 디지털화가 이루어지는 시점에서는 광대역의 HFC망을 통해 시청자에게 더 많고 다양한 볼거리와 양방향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므로 위성의 공시청수신설비 이용은 시청자의 볼거리라는 관점에서도 위배된다고 본다.

 위에서 열거한 수많은 우려점을 뒤로하고 위성방송의 음영지역 해소를 위한 기술적 방안까지 마련돼 있는 마당에 무엇을 위해 방송역무까지 뒤흔드는 법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것인지 다시 한번 심사숙고해야 할 일이다.

◆성기현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협의회 기술분과위원장 khsung@cn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