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학계 전문가 이색 전망 눈길

 흔히 저가 물품을 유통시키는 채널로 알려진 인터넷. 앞으로는 인터넷을 통해 상품을 구매한다 하더라도 반드시 저렴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USA투데이는 “인터넷에서 동일한 상품 및 서비스를 살 때 그 가격은 개개인에 따라 천차만별을 보일 것”이라는 미국 미네소타대학 디지털테크놀로지센터 앤드루 오데리스코 소장<사진>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오데리스코 소장은 “앞으로는 인터넷에서 동일한 지포라이터 팝업광고를 보게 된 소비자라고 할지라도 한 사람은 15달러에, 다른 한 사람은 10달러에 사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전자상거래시장 주도권이 소비자들로부터 판매업체들로 넘어가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오데리스코 소장에 따르면 인터넷은 결국 상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나 가격비교로 가득찰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들이 인터넷을 서핑해도 상품간 차이를 구별할 수 없는 지경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그는 따라서 소비자들은 프라이스라인이나 e베이 등 전자상거래업체들이 제시하는 가격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다 각종 기술이 발달하면서 전자상거래업체들은 소비자들의 정보를 더 많이 확보하게 된다. 특히 디지털저작권관리(DRM)와 같이 소비자 개개인에 대한 구체적인 구매패턴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 보편화되면 전자상거래업체들의 영향력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어린 자녀 2명을 둔 부부가 극장에 간다고 가정해보자. 부부가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티켓값 외에도 베이비시터 비용 40달러를 더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35달러만 내고 집에서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로 영화를 볼 수 있게 된다면 후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싱글 여성에게는 동일한 VOD 서비스에 35달러보다는 훨씬 저렴한 가격이 제시될 것이다.

 또 다소 높게 책정되더라도 비즈니스가 급한 고객은 일반 여행객들보다 비싼 가격으로 비행기 티켓을 구매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소비자들은 상황에 따라 상이한 가격으로 서비스나 상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오데리스코 소장은 이러한 가격차별이 소비자들에게 나쁘게 작용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역설했다. 티켓을 저렴하게 구매하는 등 차별로 인해 혜택을 보는 집단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일부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가격차별은 제품 생산을 효율화해 주고 업체간 경쟁을 촉진시킬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오데리스코 소장은 하지만 가격차별 환경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확산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비싼 가격으로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들로서는 판매자들의 ‘상혼’이 얄미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이미 코카콜라가 수년 전, 더운 날에는 가격을 자동으로 올려 판매하는 자판기를 선보인 바 있고 미국의 경우 부촌의 휘발유가 비싸고 여름에 에어컨이 비싼 것이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인터넷 가격차별이 결국 보편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데리스코 소장은 기업들이 고객들에게 적절한 가격을 한 데 모은 번들링 상품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면 경제구조 깊이가 더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전자상거래에서 가격차별이 관련 기술개발 및 개인정보보호는 물론 정보시대의 새로운 경제모델에 대한 논의를 진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