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위원회가 방송법 전면 개정을 추진하면서 셀 수 없는 공격과 항의를 받으며 고초를 겪고 있다. 방송사 권한 강화 부문에서는 각 방송사업자들의 불만을 샀고 방송광고 부문에서는 시민단체와 인쇄매체들의 집중 공격을 받았으며, 대부분 수정 또는 번복하는 결정을 내렸다. 또 방송위의 위상 강화 부문에서는 관련 부처인 문화관광부와 정보통신부의 견제를 받고 있다.
앞으로도 예상되는 난관은 훨씬 많다. 당장 이번주에 예정된 정통부와의 정책협의도 쉽사리 합의점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방송정책권을 둘러싼 문화부와의 협의는 그동안의 갈등 사례로 보아 더욱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신규 디지털방송 부문에 대해서도 여기저기에서 불만의 소리가 높고 가장 큰 난관인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가장 시급한 방송법 개정 사안 중 하나인 신규 디지털방송에 대한 법제화가 늦어지는 것이 방송업계의 가장 큰 걱정거리다. 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을 준비하고 있는 여러 방송사업자들이 주춤하고 있고, 위성DMB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계획중인 SK텔레콤도 갈피를 못잡고 사업을 연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디지털방송으로의 전환이 시급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디지털미디어센터(DMC) 사업자는 당장 명문화된 법이 미비한 상황에서 하반기중 방송을 시작할 수밖에 없으며, 위성방송을 통해 서비스중인 데이터방송사업자도 현행 방송법에 따라 변칙적인 방법으로 서비스를 시행중이다.
이런 상황에 부딪치다보니 애초에 방송법 전면 개정은 무리가 아니었나 하는 결과론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방송 관계자들은 “방송사업자간의 이해가 첨예한 부문의 경우 시간을 두고 공개적 방법으로 충분한 논의와 공청회 등을 거쳤다면 이렇게까지 반대에 부딪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으로 기존 방향을 고수할지 아니면 방법을 달리할지는 방송위의 몫이다. 그렇지만 올바른 방송정책 수립과 방송법 개정을 위한 공개적 논의와 정책 원칙의 고수는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과 국회의 추천을 받은 방송위원 9인의 의무다. 이 의무가 제대로 수행될지 방송계가 걱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