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자가 말한 일생의 후회할 수 있는 10가지(주자십회훈) 중에는 “소불근학 노후회(少不勤學, 老後悔)”란 말이 있다. “젊을 때 부지런히 배우지 않으면, 늙어서 뉘우친다”는 얘기다. 더 나아가 주자는 “배우지 않으면 곧 늙고 쇠해진다”고 말했다. 주역에서도 “배움에는 늦음과 부끄러움이 없다(童蒙之吉 順以巽也)”고 군주(리더)의 자질을 몽괘(夢卦, 산수몽)로 풀이하고 있다.
얼마전 하나로통신 회장을 마지막으로 정보통신업계에서 한 발 물러난 신윤식 하나로드림 회장(67)의 만학 열정이 화제다. 신 회장은 다음달부터 4년제 사이버대학인 서울디지털대학교 멀티미디어학부에 3학년으로 편입학한다.(본지 4월25일자) 지난 1959년 서울대 문리대를 졸업한 지 44년만에 애니메이션을 전공하는 학부생으로 다시 돌아왔지만 그는 이미 박사학위(행정학, 명예 경영학)를 갖고 있는 학자 CEO이다.
신 회장이 고희를 눈앞에 두고 초등학생들의 꿈인 애니메이션 공부를 택한 것도 이채롭다. 하나로통신을 떠날 때까지 정보통신 분야에만 전념해온 그의 캐리어와도 동떨어져 보인다. 하지만 평소에 “이만하면 IT인프라는 그 기반을 다졌다고 볼 수 있지만 콘텐츠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그의 말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어렵지도 않다.
요즘 들어 우리 주변에는 만학의 즐거움을 누리는 사람들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 노인정보화교육 확대에 따라 예순을 넘기고서 컴퓨터에 빠져든 경우는 다반사이고 40, 50대에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젊은 때에는 일에 파묻혀 책 한권조차 제대로 읽지 못했지만 나이가 들수록 배움에 대한 아쉬움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또 늙고 쇠퇴해지지 않기 위한 새로운 도전으로 배움을 택하기도 한다. 경제활동 인력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도 만학은 필요조건이다. 그래서 ‘배우기 위해 살고 살기 위해 배운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이윤재 논설위원 yj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