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데이터의 경제학

 정보시스템에서 데이터는 정보작성을 위해 필요한 자료를 뜻한다. 이것을 일정한 프로세서를 거쳐 처리하고 가공하면 특정 목적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정보가 된다. 정보란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행동선택에 작용하는 유용성이다. 또한 지식이란 정보가 모아져 구체적인 형태로 정리된 것으로 ‘특정한 목적을 위해 유용한 추상화되고 일반화된 정보’라고 정의된다. 지식이란 원리적, 통일적으로 조직되어 객관적 타당성을 요구할 수 있는 판단체계다.

 이런 연결고리 속에서 데이터는 그 자체로 가치를 갖는다. 무결성과 완결성을 가진 데이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기업 정보시스템의 핵심은 회사의 모든 업무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비즈니스는 데이터로 표현되며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네트워크는 그런 데이터를 저장하고 유통시키며 활용하는 도구들일 뿐이다. 데이터는 정보시스템의 중요한 기초가 된다.

 그러나 우리는 대부분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적인 기술과 결과물에 집착한다. 정보시스템 담당자는 설계시 데이터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데이터의 근간을 튼튼히 하지 않은 시스템은 겉은 번지르르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떨어진다. 기업의 정보시스템에서 데이터 관리를 소홀히 해서 발생하는 문제는 심각하다. 데이터가 단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설계에서부터 결함이 있는 시스템을 이리저리 엮어 놓는다. 데이터 설계가 잘못된 정보시스템은 이후 프로그램을 고쳐도 어쩔 수 없는 한계를 지니게 된다.

 이제 일상생활에서나 온라인에서나 데이터에 관심을 가질 때다. 데이터는 우리 생활의 인프라다. 데이터는 모든 산업의 기초에 해당하는 기초과학기술이다. 혹자는 데이터기술이야 말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첨단기술이라고 한다. 데이터기술은 데이터의 측정, 수집, 축적에서부터 분석과 해석, 모형화 기술, 데이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과학적 방법론이라고 한다. 데이터기술의 발전은 국가 IT발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개인이나 국가나 그동안 데이터의 가치에 너무 소홀했다. 데이터의 경제성을 무시했다. 개인들은 자기가 필요한 데이터도 제대로 갖추거나 정리하지 않았고, 기업은 가시적인 성과에 급급해 데이터를 생성하기만 하고 관리하는데 소홀했다. 자체적으로 만들어진 데이터도 분산되거나 폐기되었다. 직원 개개인의 PC에 사장된 중요한 데이터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제 경영자는 데이터의 경제성에 의미를 두고 전사적 차원에서 데이터를 관리해야 한다. 자체적으로 제작한 데이터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지식경영을 한다니 우스운 꼴이다. 양질의 정보도, 지식도 계량화된 데이터에서 나온다.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하고 해석하여 정보를 얻는다. 이 정보들을 여러가지 형태로 가공하여 필요한 지식을 얻게 된다. 이런 지식창출 과정은 데이터 기술의 도움없이는 불가능하다.

 데이터를 일회적으로 소비해 버리는데 익숙한 우리가 고도 IT강국이라니 속 빈 강정이란 말이 딱 어울린다. 각종 경제지표도 데이터에 의해 현상을 파악하지 못하니 원인을 제대로 밝혀내어 대책을 세우지 못한다. 데이터기술을 소홀히 해서 발생한 폐해가 많다. 늦기전에 데이터에 대한 인식제고가 필요하다. 데이터는 정보이전의 경제성을 갖는 재화다. 데이터에 대한 무관심은 국가 선진화에 걸림돌이 된다. 언제나 우리는 보이지 않지만 중요한 기초기술에 무관심하다. 데이터의 경제성을 고민할 때다.

◆고 은미 편집위원 emk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