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한 알씩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키우는 농부가 그 거위의 배 속에는 무진장한 황금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거위의 배를 가르니 황금알은 하나도 없었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이야기로 과욕을 부리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기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가. 물론 시름시름 앓다가 알을 낳지 못하고 사라진 기업이 없지 않으나 적지 않은 기업이 농부의 주머니를 불려주는 등 황금알을 낳는 거위 역할을 톡톡히 했다. 뿐만 아니라 올림픽과 월드컵을 개최하는 등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데 있어서도 기업의 역할은 적지 않았다고 평가된다.
이처럼 황금알을 낳던 거위가 병마에 시달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농부는 그 거위야 죽든 말든 한꺼번에 많은 황금알을 꺼내려고만 한다. 어느 대기업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6000만원을 웃돌고, 노는 날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신차종 개발이나 공장이전시 노조와 협의해야 한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하는 호랑이처럼 주면 더 달라고 하고, 말 안 들으면 태업이나 파업 등을 통해 사측이나 협력업체의 피를 말린다.
뿐만 아니라 공장의 해외이전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거기다 외부에서는 출자총액제한이니 집단소송제니 해서 감시와 간섭을 강화하고 있다. 심지어는 잘 나가는 기업이니까 계열분리하라는 말까지 나오니 투자심리가 회복될 리 없다.
우리나라 연구기관들은 연구조사결과를 너무나 쉽게 발표한다. 경기예측도 맞는 적이 별로 없지만 현재 우리나라 경기가 이렇게 어려운 원인분석도 소비자의 소비 감퇴와 기업가의 투자부진으로 간단히 소비자와 기업에 돌려버린다. 그러나 소비자가 왜 소비를 못하고 기업이 왜 투자를 안 하는지가 정말 중요한 이야기인데 이에 대해서는 눈치를 보는지 두루뭉실하다.
그리고 요즘 노조의 경영참여 이야기는 왜 그렇게 쉽게 나오는지 모르겠다. 마치 노조가 경영에 부분적이라도 참여하지 않는 기업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처럼 몰고가는 일부 언론도 있고, 또 마치 국민의 거의 과반수가 노조의 경영참여를 받아들이는 듯한 조사결과를 발표한 기관도 있다.
노조의 경영참여도 부분적으로 순기능이 아주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노조가 이사회장에 마구 쳐들어가서 이사회도 중단시키는 현실 앞에서 지금이 노조의 경영참여를 이야기할 정도로 우리의 노사문화가 그렇게 성숙단계인가.
기업도 지난 30여년간 특혜와 비호를 받으면서 성장해오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경영상의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게 사실이다. 경영이 더욱 투명해져야 하고 더 사회적 책무를 느껴야 하며 노사관계도 더욱 반듯해져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이제는 알도 못 낳는 거위가 되어서 생존능력 자체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의 노력으로 어지간히 달라졌으면 이제 그만 야단치고 체력을 키워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게끔 좀 참아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반기업 정서가 세계1위라는 기막힌 조사결과가 발표되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어떤 외국기업이 투자를 하려고 하겠는가. 새정부 초기마다 국가전략이 나오지만 결국은 세계무대에서 싸워 이길 수 있는 선수 즉 우리기업들의 경쟁력을 키워 주는 것 말고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세계 500대 기업에 포함된 한국기업은 7, 8개밖에 없는데 그나마도 몇 개는 한국전력과 같이 해외실적이 없는 기업들이다. 앞으로 3∼4년 내에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우리의 산업은 중국에다 고삐를 잡힌다고 한다. 우리기업들에 이 시간만큼이라도 시간을 벌게 해주자.
최근 몇 년간의 우리기업이 이익을 좀 냈지만 이는 대부분 영업외 이익 즉 환율 금리 등에서 나온 것이지 경쟁력이 생기고 장사가 잘되어서 이익이 나온 것이 아니다.
3분기중 기업의 65%가 신입직원 모집계획이 없다고 한다. 기업이 어려워지면 제일 먼저 피해를 보는 것은 다음세대, 즉 청년 세대다. 단기적인 탐욕 때문에 거위의 배를 가르는 우를 우리는 범하면 안되겠다.
지금은 거위를 아끼고 체력을 키워주어야 할 때다. 노동계에서는 툭하면 생존권을 주장하는데 거위의 생존권은 누가 지켜주나. 그런 의미에서 최근 산업자원부에서 노사문제에 대한 ‘기업의 대응권 보장론’이 돋보인다. 기업을 사랑하는 국민적 캠페인이라도 다시 시작해야 될 것 같다.
◆ 조환익 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 hecho@kotef.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