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글 도메인 시행 의의

 세계가 하나의 그물망으로 연결된 인터넷 세상에서 우리는 마침내 우리의 글로서 주소를 갖게 됐다. 지난 94년 웹 브라우저를 국내에 들여오면서 우리는 불가피하게 영문으로 된 인터넷 주소(도메인)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 국가 도메인인 ‘.kr’ 앞에 한글로 주소를 입력하기만 하면 인터넷 주소가 완성되게 된 것이다.

 유구한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가 한글을 창제함으로써 비로소 우리의 정서를 우리의 글로 풀어낼 수 있었듯 이제 인터넷에서 우리의 생각과 느낌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 우리 글 주소를 가질 수 있게 됐다.

 돌이켜 보면 인터넷은 초창기 마치 요술상자나 되는 것처럼 호기심 어린 눈으로 접근했다가 곧 이어 익숙해지는데 땀을 쏟았던 것이 저간의 세월이었다. 그렇지만 인터넷 주소로 영문을 쳐 넣는 것은 지금까지도 생경하고 어려운 일이었다.

 인터넷이 현대생활의 일부로 정착했지만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상대적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던 저학력층이나 노인, 어린이 등에게 영어 도메인은 하나의 넘기 어려운 장벽이었다.

 통계에 의하면 여전히 국민의 36% 가량이 인터넷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하는 데 그 요인 가운데는 영어 문제가 적지 않을 법하다. 

 영문 도메인은 어차피 우리에겐 대부분 가차(假借)일 수밖에 없다. 친하려 해도 친숙해지기 어렵고 정확하게 사용하려 해도 그렇지 못한 것이 적지 않은 사람들의 경우다.

 친숙한 한글 도메인을 사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기업체 이름이나 상품명은 물론 영어로 표현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웹주소를 쉽고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점은 그들만의 혜택은 아닐 것이다.

 혹자는 한글 도메인이 세계화를 역행하는 것이며 국수주의의 산물이라고 하나 꼭 그렇게 볼 것은 아니다. 영어가 세계 공용화 되었다고 해서 우리의 이름을 꼭 영문 닉네임으로 부르거나 우리의 집 문패를 영문으로 바꿔 달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한글 도메인은 산업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것으로 추정되는 우리나라 도메인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앞선 기술을 수출산업화한다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우리는 한글 도메인 시행의 장점이 큰 만큼 그것이 하루 속히 정착되고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글 도메인을 사용하는데 있어서의 제약점과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다국어 도메인이 이미 지난해 10월 국제표준안이 확정되었지만 한글 도메인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별도의 플러그인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해 설치해야 하는 불편을 조속히 해결해 주어야 할 것이다. 현재 주도적인 웹브라우저 업체가 다국어 도메인 국제표준을 지원하지 않아 발생하는 제약점이겠지만 그것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아닐 것으로 본다. 

 또 정통부와 KRNIC는 한글 도메인 시행에 따라 예상되는 도메인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세워두고 있는 다각적인 대책을 차질없이 시행함으로써 한글 도메인 시행초기에 발생할 수도 있는 불법도메인 선점과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