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공계 공직진출 확대 의미와 전망

 공직사회의 패러다임이 바뀐다. 그동안 노무현 대통령이 누누이 강조해 오던 이공계 전공자의 공직진출을 확대하기 위해서 기술고시와 행정고시가 통합 운영되고, 5급 공무원의 기술직 채용규모가 오는 2013년까지 50% 수준으로 확대된다. 뿐만 아니라 기술직의 승진과 전보를 가로막았던 직급규제도 풀리게 된다.

 잘 알다시피 전문행정을 펼칠 기술관료가 없으면 지상과제인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과 선진국 진입이 불가능하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참여정부가 이공계 우대정책을 펴는 것은 잘한 일이다. 이런 조치를 통해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기술관료들이 다양한 공직분야에 두루 포진할 경우 국가간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는 등 국가경쟁력이 크게 제고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행정고시와 기술고시를 통합하고, 5급 신규채용 인원의 절반 이상을 과학·기술분야 전공자로 충원하겠다는 당정협의를 환영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과학기술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국가정책을 수립하고,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일등상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이공계 출신이 전면에 포진해야 하나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앙부처 공무원 가운데 기술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21.2%에 불과하며,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3급이상 고위공직자로 올라갈수록 그 비율이 급격히 줄어든다. 이래 가지고는 디지털시대에 걸맞은 정책을 펼 수 없다.

 그런 측면에서 당정협의에 이어 20일 대통령이 주재한 제13회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에서 확정한 ‘이공계 전공자 공직진출 확대방안’에 거는 기대가 크다. 4급이상 정책결정 직위에 기술직의 보임을 연차적으로 확대하고, 5급 기술직 신규채용을 늘리는 등 채용과 인사관리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기대되는 대목은 직급통합이다. 그동안 기술직의 승진과 전보를 가로막았던 직급규제가 3급이상은 이사관과 부이사관으로 완전통합되고, 4급은 서기관(행정직)과 기술서기관(기술직)으로 통합된다. 또 오는 2010년까지 4급이상 기술직 출신비율을 30%로 확대하기 위해 광역자치단체를 포함한 중앙부처 본부 가운데 기술직 비율이 30%(연구직은 비율산정에서 제외) 미만인 부처는 연차별로 목표를 설정해 추진토록 하겠다는 것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이공계 출신의 공직진출 확대를 환영하는 이유는 또 있다. 국가의 생존과 번영을 좌우하는 최우선과제가 미래 성장동력 창출이라는 판단에서다. 과학기술 인력이 경제와 산업은 물론 예산과 보건복지 등 각종 국가정책을 결정하는 핵심 요직에 포진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한마디로 이공계 출신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물론 이공계 출신의 공직사회 대거 진출이 무조건 옳은 것만은 아니다. 이공계를 우대하는 만큼 행정직 공무원이 소외되는 등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엔지니어의 아집이 국가의 백년대계를 망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공계 출신의 공직진출을 환영하는 것은 엔지니어들이 전면에 포진하지 않고서는 우리나라가 동북아 경제중심 국가로 도약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21세기 지식정보화시대에 걸맞은 정책을 펼쳐 나가게 될 이공계 출신의 향후 행보에 거는 기대가 크다.

<박광선위원 ks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