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홈쇼핑 정책 변화 필요

현대의 유통시장은 고도의 정보화 기술을 바탕으로 점차 세분화, 다양화되고 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시대로, 나아가 구경제에서 e비즈니스 시대로 불리는 신경제로 이행되고 있는 이 시기에 홈쇼핑은 유통의 절정기를 맞고 있다. 가격이 저렴하고 시간절약형 소비행위가 가능하기 때문에 시장성장 속도가 매우 빠르며 특히 중소기업에는 판매에 있어 가장 중요한 채널로 등장했다.

 현재 중소기업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정부의 자금지원이나 자체 시설 현대화를 통한 생산능력의 증대가 아니다. 만들어 놓은 제품을 어떻게 파느냐하는 문제다.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고도 판로가 없던 중소기업 입장에서 새롭게 효과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유통채널이 TV홈쇼핑이다. 그러나 시장진입을 원하는 많은 중소기업 중 소수만이 방송을 타고 있으며 이중에서 다시 극소수 업체만이 성공한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홈쇼핑사와의 거래에서 30∼40%가 과중한 수수료를 요구하거나 판매가 인하를 무리하게 요구한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또 반품 관련 비용을 업체에 전가하고 무리한 사은품과 경품비용을 부담시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방송위원회는 지난 2001년 3월 신규 TV홈쇼핑 사업자 선정에서 공익성과 공공성 부문에 많은 비중을 두어 추가 3개의 홈쇼핑 채널을 허가한 바 있다.

 2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평가해보면 당시 농수산쇼핑과 우리홈쇼핑의 경우 80% 이상을 식품 및 중소기업 상품으로 편성하겠다고 해 방송위로부터 후한 점수를 받았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수시로 감독하고 올바른 길로 안내해야 할 방송위는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앞으로 방송위는 방송이라는 껍데기만 알고 유통이라는 알맹이는 알지 못한 채 신규 홈쇼핑사를 평가한 전례를 반성하고 앞으로의 재평가 및 재허가 시에는 유통전문가를 심사위원으로 내세워 유통관련 문제를 올바른 방향으로 유도해야 한다.

 또한 공익성과 공공성이라는 잣대를 언제까지 홈쇼핑 평가의 기준선으로 할 것인지 대답해야 한다. 그 잣대가 효율성이 없다면 현재 홈쇼핑 채널사업자를 허가사항으로 규제할 어떤 논리도 전개할 수 없다. 외국처럼 자율경쟁을 통한 시장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홈쇼핑에 대한 정책은 시장경제 논리에 의한 소비자 이익의 극대화가 필요하다. 일정한 자격을 가진 희망업체에 시장진입이 허용돼야 한다. 이는 홈쇼핑이 방송 문화적 측면보다는 유통 산업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 초기에는 수십개의 채널이 난립했지만 경쟁과정을 거쳐 결국 소수의 홈쇼핑 채널이 생존했다.

 끝으로 인포머셜홈쇼핑은 허위나 과장광고로 문제를 일으키는 유사홈쇼핑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인포머셜 부문은 통신판매의 한 분야이며 많아진 채널과 빠르게 증가한 송출망 등으로 새로운 유통루트로 정착하고 있다. 또 영세한 소기업의 주요 판매채널로 각광받고 있기에 이에 대한 정부의 올바른 규제와 지원이 필요하다.

 영국의 경제학자 피구는 복지국가로 가는 세가지 준칙이 성장, 형평, 안정에 있다고 했다. 복된 나라를 만들려면 가난한 자의 소득증가율이 부유한 자의 소득증가율보다 높아져야 한다.

 개방화 이후 많은 중소기업들은 무한 시장경쟁으로 인해 투자 및 생산행위가 위축돼 왔다. 홈쇼핑이 이미 생활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이 시대에 유통업체로서 TV홈쇼핑의 존재가 대기업에만 유리한 상황으로 전개된다면 IMF환란 이후 경제회복의 기회가 될지도 모를 중소기업 활성화는커녕 산업활성화의 기반인 중소기업의 존립 자체도 위협받게 될 것이다. 바람직한 정책선택을 기대해 본다.

 <김만환 중소기업유통센터 특수사업팀장 nuguya@sbd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