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전망대]보다폰의 앞날

 ‘정복의 시대에서 조정의 시대로!’

 새로운 수장을 맞아들인 세계 최대 이동통신서비스 업체인 영국 보다폰의 앞날에 세계 통신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보다폰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이통업체. 가입자 1억2200만명으로 차이나모바일의 1억2900만명에는 못 미치지만 중국을 주요 사업영역으로 하고 있는 차이나모바일과 달리 보다폰은 유럽은 물론 미주·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보다폰이 전임자의 임기종료와 함께 지난달 말 신임 최고경영자(CEO)를 맞이했다.

 크리스토퍼 겐토 전임 CEO는 무명의 무선서비스 회사를 불과 7년 만에 세계 톱클라스 반열에 올려놓았다.

 겐트의 장기는 인수·합병(M&A). 그는 재임기간 동안 ‘영토확장’에 주력했다.

 프랑스에서는 비벤디유니버설, 미국에서는 버라이존커뮤니케이션스와 각각 합작회사를 설립했으며 아시아에서 차이나모바일 및 일본 J폰 등에 투자하고 있다. 세계 28개국에서의 서비스와 3000억달러에 달하는 투자 대부분이 그의 업적인 셈이다.

 보다폰의 경영진과 투자자들은 그런 겐트의 빈자리를 찾아 고심하다 48세의 인도 출신 아룬 사린을 선택했다. ‘정복자(conqueror)’라 불린 겐트와 달리 사린은 ‘조정자(integrator)’형 CEO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몸집 불리기’보다는 ‘내실 다지기’가 필요한 보다폰의 현 상황에서 적임자로 일컬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린에게는 무엇보다 겐트의 뒷마무리가 시급하다. 보다폰의 시장가치는 지난 97년 겐트 취임 당시에 비해 무려 12배나 증가했다. 그러나 주당 가격은 당초의 2배에도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통신업계 침체가 주요 원인이라고 해도 수많은 M&A 과정에서 지나친 주식발행이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지난 3월로 끝난 회계연도 매출이 지난해보다 33% 늘었지만 순손실이 146억달러에 달한 사실은 그간의 방만한 경영을 대변한다.

 투자자들도 보다폰의 생산성에 대해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네덜란드의 투자관리업체 로베코의 관계자는 “투자자본에 대한 환수율도 현재의 3% 수준에서 두자릿수 근방으로는 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사린이 보다폰의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사린으로서는 미국과 프랑스에서 각각 현실적 돌파구을 찾을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

 계약에 따르면 보다폰은 오는 2007년 8월 안에 200억달러 상당의 주식을 팔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물론 이를 팔지 않고 버라이존과 함께 미국 내 이통사업을 강화할 수도 있다.

 또 하나는 프랑스에서 비벤디유니버설과 공동 투자한 SFR를 통한 기회를 모색하는 방법이다. 프랑스는 이통 보급률이 유럽 내에서 다소 처지는 64%에 이른다.

 어찌보면 사린은 겐트가 일군 농장에서 과실만 거두면 된다. 그러나 그 과일은 잘 익혀져 사린의 입속으로 저절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사린의 경영수완을 전제로 하고 있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