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출범 이후 말로만 무성했던 10대 성장동력이 지난 22일 청와대에서 최종 확정됐다. 그동안 청와대와 관계부처가 선정한 134개 미래 유망기술 및 품목을 10대 산업군으로 분류하고 오는 2012년까지 여기에 국가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무려 6개월간 신중을 거듭한 만큼 이들 10대 성장동력이 우리 미래의 확실한 먹거리가 될 수 있도록 매진하는 일만 남았다.
이번 10대 성장동력 추진이 몇가지 측면에서 과거의 성장전략과 성격을 달리하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우선 과거에는 노동, 자본 등과 같은 생산요소의 투입을 통한 생산량 증대에 주안점을 뒀다면 이번에는 기술혁신 주도형으로 전환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핵심인력을 양성하는데 주력해 국가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면서 고부가가치화를 이뤄내겠다는 전략이다.
또 하나는 지방자치단체를 10대 성장동력의 추진 주체로 참여시켜 지역균형 발전과 차세대 성장동력 달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함께 사냥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6개 광역단체에 조성된 테크노파크를 내년까지 13개로 늘려 R&D 거점으로 삼고 국가 R&D예산(내년도)의 30%를 지방에 배정하는 등의 정부 후속방침이 이를 예고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성장동력 추진에는 기술별 R&D를 맡은 각 중앙부처와 지자체간 긴밀한 호흡이 성패를 가늠하는 요소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성장동력을 추진하는 실질적인 주체인 기업은 정부의 이러한 지원 아래 세계 1등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함축된다. 다행히도 우리 기업들은 차세대 상품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어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개발기간이나 목표달성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이번 10대 성장동력 산업 가운데도 디지털TV, 디스플레이, 차세대 반도체, 차세대 이동통신, 디지털콘텐츠 및 SW솔루션, 차세대 전지, 지능형 홈네트워크 등 상당수가 현재 대기업을 중심으로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다.
이에 반해 중소기업들은 엄두도 못내고 있는 실정이다. 대기업처럼 막대한 투자를 단행할 여력도 없고 기술인력이나 마케팅 능력은 턱없이 부족한 게 우리 중소기업의 현실이다. 따라서 이번 10대 성장동력 추진에서도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하청군에 들어가면 다행이라는 자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지자체에 성장동력 추진의 힘을 불어넣어도 각 지자체들은 극히 제한된 일부 대기업 유치전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번 10대 성장동력을 추진하는데 대기업 못지않게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중소기업이 찾아보면 없는 것도 아니고, 또 어떤 기술개발 분야에선 중소기업이 더 잘 소화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데 현재까지의 그림은 이를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각 부처별로 분담한 기술개발 계획에 대한 보완도 필요하다. 특히 과기, 산자, 정통 등 3대 핵심부처가 나눠 맡은 개발품목(분야)은 업무영역과 중첩되거나 조율을 필요로 하는 것이 많다. 그렇다고 부처이기주의를 지적한다 해서 순순히 물러서거나 협력을 이끌어내기를 기대하기란 대단히 어렵다는 것을 여러차례 보아왔다. 예산, 세제, 금융 등 경제정책 수단과의 연계조정으로 들어가면 더 꼬인다. 중앙부처와 지자체, 각 부처간 조율에 책임과 권한을 갖는 종합지휘소가 있어야 한다. 또 중소기업을 대거 참여시킴으로써 10대 성장동력의 파이를 키울 수 있도록 민관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