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비전]글로벌시대 `앞줄` 서려면…

 최근 우리나라는 혼돈에 싸여 있다. 재벌 총수마저 자살을 하는 지금의 현실은 마치 태풍이 몰아치는 칠흑 같은 바다에서 표류하고 있는 배와 같은 형상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는 정부가 확신하는 동북아의 허브가 되어 국민소득 2만달러라는 글로벌시대 지구촌의 선진국이 정말 될 수 있을까.

 온통 문제투성이의 지금 현실을 둘러보면 문제는 난무하고 해결할 답을 찾을 수가 없는 듯 하다. 그러나 사실 우리가 당면한 문제의 본질은 답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너무 많은 ‘답’들 때문이다. 대통령은 대통령대로 언론은 언론대로,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 또한 그들만의 답이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답은 하나였다. 맞는지 틀리는지 몰라도 대통령의 한 마디가, 사장님의 한마디가, 선생님의 한 마디가 그냥 답일 뿐이었다. 우리는 우리의 다양한 목소리를 쉽게, 자연스럽게 포기했다.

 글로벌시대. 다양성이나 유연성없이 살기 힘든 오늘날 관점에서 볼 때 우리는 이를 포기한 대가로 전체적인 관점에서 볼 때 사회의 효용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다양성의 시대인 지금은 굳이 틀리다고 할 수도 없고 정답인 것 같지도 않은 수많은 답들이 존재한다. 대신 그 다양성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쉬이 지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과거 군사정권하의 시절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우리사회가 다양성을 포기하고 강력한 통치권 아래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획일적인 시절로 다시 돌아간다면 우리 사회 전체의 목적, 국가의 목적을 이룰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우리는 획일의 시대에서 다양함이 존중되는 사회로 분명 역사적인 진보를 이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결코 우리가 소망하는 국민소득 2만달러의 시대를 맞아 글로벌시대 강소국의 꿈을 이루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 과도기적 경험의 시간을 가능한 한 짧게 축소해야 한다. 필자 역시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그 번영을 누리고 살고 싶은 국민으로서 두가지만 지적하고 싶다.

 먼저 우리 모두가 자기의 주장을 관철시키고 싶은 만큼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는 훈련을 빨리 해야 한다. 전체 사회적으로 경험해야 하고 습관화돼야 할 것으로 본다.

 민주주의의 적은 ‘불관용’과 ‘불신’ 그리고 ‘증오’라 하였다. 표현의 자유를 누리고 싶다면 또다른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여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대통령은 그를 지지하지 않은 절반의 국민과 함께 미군철수를 주장하는 대학생들은 미군의 전투용 비상식량을 먹고 허기를 달래본 경험이 있는 연령층과도 한 국민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나의 의견만 정답일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아집과 오만을 하루 빨리 버리고 나의 의견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두번째는 ‘민주적’으로 살기 위해서 나 스스로 변해야 한다. IT의 발전으로 급격히 변화되는 사회에 살고 있지만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우리의 머리 속은, 가슴속은 진정 변한 것이 없다.

 IMF를 거쳐 오면서 기업들은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변한 듯 하다. 적어도 겉으로는 수많은 기업들이 인수합병을 반복하고 이름을 바꾸고 있지만 거기 몸담고 있는 사람들도 그렇게 바뀌었는가.

 우리의 정치인, 공무원, 언론, 회사원은 정치 선진국인 미국, 영국이나 싱가포르의 공무원, BBC, GE 등과 비교해 얼마나 더 경쟁력이 있는지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 한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이미 10년 전에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모두 바꾸라고 했다. 필자는 진보를 위해 치열하게 자기혁신을 하라는 뜻으로 이말을 이해하며 전적으로 지지한다.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타인에 대한 관용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내 목소리가 중요한 만큼 타인의 목소리도 그러하리라는 사회적인 코드가 형성될 때 우리가 소망하는 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해 당당히 글로벌시대에 앞장 서게 될 것이다. <황유천 FXPPK 사장 yooh@office.xerox.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