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연구망 "속도 높여라"

증속 불발땐 동남아 연구망 허브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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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첨단망협회(ANF·집행위원장 김대영 충남대 교수)는 지난 25일 미국 시애틀의 워싱턴대학에서 실시간으로 송출된 고화질(HD)TV 신호를 부산에서 전송받아 300Mbps급 고화질 영상과 음질로 방송하는 시연회를 가졌다. 초당 1.5Gb의 대역폭으로 시연한 HDTV 전송은 향후 차세대 인터넷을 통해 고품질의 TV시청을 실현하고 이를 응용한 각종 차세대 서비스를 실현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시연회에 참석한 미 워싱턴대 마이클 웰링스 교수는 “방송과 컴퓨팅의 컨버전스를 가능케 하는 고대역폭 네트워킹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먼 미래가 아닌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일”이라고 평가했다고 협회측은 전했다.

 그러나 이 시연에는 미국과 일본 사이에 최근 개통된 IEEAF링크(10 )와 일본내 선도망, 한국과 일본을 연결하는 APII/겐카이망, 국내 초고속선도망(KOREN) 등 4개의 연구망을 거치는 복잡한 경로가 동원됐다. 우리나라에서 미국에 직접 연결되는 45Mbps급 연구망으로는 시연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브로드밴드 IT코리아를 주창하는 우리나라가 차세대 인터넷 연구를 위한 초고속 선도망은 크게 뒤처져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진 초고속연구망=HDTV 전송뿐만 아니라 IPv6, 인터넷품질보장(QoS), e러닝 등 차세대 인터넷기술은 물론 생체인식·기상·의료·바이오연구·3D문화유산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다양한 연구에 사용되는 초고속선도망은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다. 표 참조

 우리나라가 주창한 TEIN의 경우에도 10Mbps의 용량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45Mbps 증속을 논의하고 있으나 원칙만 합의했을 뿐 EU·말레이시아 등과의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그래픽 참조

 국내 연구망의 경우도 증속과 함께 KISDI·전산원·KISTI 등으로 나뉜 사업주체의 체계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첨단망 협회 관계자는 “북미지역이나 유럽·일본 등 선진국의 초고속연구망은 이미 수백Mbps급에서 기가( )급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테라(Tbps)급 증속이 논의되고 있다”며 “초고속인터넷기술은 물론 과학기술 개발의 미래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정통부 관계자는 “연구망 증속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며 “연구망 구축이나 증속은 비용문제나 사업의 주도권을 놓고 정부간 협상을 벌여야 하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위협받는 아시아 연구망 허브=우리나라는 TEIN 증속을 EU측과 논의하며 말레이시아를 태국·필리핀·인도네시아를 잇는 동남아의 허브로 구축, 우리나라를 통해 TEIN과 연결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동남아 허브를 TEIN에 연결해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와 유럽의 협력을 이끌어낸다는 것. 그러나 말레이시아와의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유럽과 태국, 일본을 연결한다는 제안이 나오는 등 주도권을 위협받고 있다.

 게다가 일본이 홍콩을 통해 중국과 45Mbps급 연구망을 연결한 데 이어 2.5 급 연구망 신설을 논의하고 있어 아시아지역 연구망 허브 계획과 달리 점차 소외되는 양상이다.

 일본은 미국과도 622Mbps급 망을 Gb급으로 증설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KISDI 서보현 APII협력센터 소장은 “TEIN으로 국제협력과 연구활성화 분야에서 실질적 발전을 이뤘으나 중국과의 망 개통 등 시급한 문제가 지적된다”며 “향후 운영 개선을 위해 기구의 독립성 확보와 재정 확보라는 두 가지 숙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