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로열티 역조 위험수위

 로열티 역조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것 같다. 되로 받고 말로 주는 수준이라니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로열티란 암초에 걸려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경제호가 좌초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될 정도다.

 더 큰 문제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지적재산권협정 등 지적재산권 보호추세가 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외부기술사용에 대한 로열티가 갈수록 고액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로열티 역조현상을 우려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로열티 역조현상을 방치할 경우 우리 상품의 국제경쟁력 제고는 물론 지상과제인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도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로열티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동안에도 로열티가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려는 우리 기업의 발목을 거머잡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재주는 곰(한국기업)이 부리고 돈은 되놈(미국, 일본기업)이 먹는다고 비아냥댈 정도였으니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일전에 대한상공회의소가 서울지역 제조기업 194개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의 로열티 현황’은 로열티 역조현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로열티를 지불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기업이 48.5%인 반면 로열티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20.6%에 그쳤다. 그나마도 해외가 아닌 국내기업으로부터 받은 로열티가 41.9%를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외부기술에 의존하는 기업이 많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국내기업의 매출액 대비 로열티 지출규모도 엄청나다. 3% 미만인 기업이 57.4%로 가장 많지만 3∼10%를 지불하는 기업이 37.3%, 10% 이상의 고액 로열티를 지불하는 기업도 5.3%에 이르고 있다. 반면 매출액 대비 로열티 수입 규모는 응답업체의 60.0%가 1.0% 미만이라고 밝혀 많이 주고 적게 받는 현상이 일반화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기업이 로열티를 지불하는 분야는 핵심기술(42.9%), 상표(24.5%), 저작권(13.3%)이고, 로열티 지불 상대국은 미국(32.7%), 일본(31.7%), 유럽(19.2%) 순이라고 한다.

 알다시피 요즘 우리 기업들은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불황의 골은 점점 깊어지고, 한국경제를 지탱하던 수출도 수입규제란 거대란 장벽에 발목이 잡히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특허권자에게 내야하는 로열티 부담까지 늘어나면 우리제품의 국제경쟁력은 급격히 나빠질 수밖에 없다. 로열티가 오르면 그 인상분을 전부 또는 부분적으로 제품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의 머크익스체인지가 신용카드를 이용해 온라인 경매에 참여하는 비즈니스모델 관련 소송을 통해 e베이로부터 거액의 보상판결을 받은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인터넷관련 소송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적자일 때는 특허침해 사실을 알면서도 수수방관하다가 해당 업체의 수익이 높아지면 소송을 제기하는 특허분쟁의 소용돌이가 한국만 비켜가지는 않는다. 우리가 로열티 역조현상에 대한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처럼 제품의 국제경쟁력과 직결되는 로열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기술자립이다. 지금부터라도 금융 및 세제지원을 확대하고, 지적재산권제도 개선(특허심사기간 단축, 침해소송절차 간소화 등) 및 기술인력 양성을 통해 우리의 기술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기술자립만이 살길이라는 것을 다시한번 생각해야 할 때다.

◆박광선 논설위원 ks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