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하나로통신 사태` 정부가 나서야

 하나로통신의 유동성 위기가 현실로 다가왔다. 지난 19일 하나로통신 이사회에서 합의한 2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이 22일 무산된 데 이어 미봉책으로 내놓은 기업어음(CP) 발행도 수포로 돌아갔다.

 이에 따라 1억달러 규모의 해외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대한 풋옵션 행사마감일(26일)을 넘기고 연체이자를 내면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BW 상환연기 기간도 내달 2일까지여서 이 기간에 돈을 마련하지 못하면 하나로통신은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릴 판이다.

 하나로통신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은 2조2000억원에 달하는 부채가 근본적인 원인이지만 무엇보다 우선 대주주들의 첨예한 이해대립 때문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하나로통신의 외자유치를 반대해온 LG와 LG의 유상증자안에 반기를 든 SK텔레콤·삼성전자 등 대주주가 한치의 양보없는 이기주의로 아직까지 BW 상환자금을 조달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대주주간 극적인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한 하나로통신의 자금 확보는 요원해 보인다.

 1대 주주인 LG는 유상증자를 통한 경영권 확보에만 집착할 뿐 하나로통신의 단기유동성 해결에는 소극적이다. LG는 이번 기회에 하나로통신의 경영권을 장악하지 못하면 국내 통신시장 3강 진입 자체도 어렵다는 각오로 배수진을 치고 있는 형국이다. SK텔레콤은 LG가 하나로통신을 접수한 후 통신 3강으로 가기 위한 비대칭규제 요구가 더 많아짐은 물론 갈수록 입지가 약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SK텔레콤이 삼성전자와 함께 LG의 유상증자론에 맞서 외자유치론을 내걸고 있는 것도 이런 이해 때문이다.

 절대 중립을 내세운 정통부도 이번 하나로통신의 유동성 해결을 가로막는 데 일조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대표적인 사례로 하나로통신 이사회가 결의한 CB 발행에 대해 LG가 이를 번복해 “유상증자를 전제로 한 CB 발행이 아니면 참여할 수 없다”는 식으로 거부하기 이전에 진대제 정통부 장관의 외자유치 선호 발언이 있다. 하나로통신 정상화와 관련해 진 장관은 “우리나라 국가신인도 측면에서 유상증자보다 외자가 들어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혀 LG를 불안하게 했다는 해석이다. 진 장관이 또 얼마 전에는 “하나로통신에 주인을 찾아줘야 한다”고 말해 통신업계를 더욱 헛갈리게 했다.

 이제는 정부가 분명한 입장을 갖고 하나로통신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까지의 엄정 중립은 사실상 혼선을 부추긴 셈이지만 대주주들의 자율조정을 전제로 이해됐다. 그러나 정부가 계속 뒷짐만 지고 있을 경우 하나로통신은 이번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법정관리로 갈 판이다. 또 국민의 세금을 또다시 동원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하나로통신의 탄생에 정통부가 실질적으로 관여했듯이 마무리도 정부의 몫으로 돌아왔다고 본다. 정통부는 제2시내전화사업자를 선정하면서 어떤 주주도 경영권을 갖지 못하도록 지분구조를 분할해 하나로통신을 설립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주주간 이해가 상충할 때마다 기업은 주주들을 달래는 데 매달려야 한다. 윤창번 신임 하나로통신 사장이 취임 후 지금까지 업무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주주들을 찾아다니는 것이 바로 그 예이자 현실이다.

 정통부는 더이상 하나로통신 문제에 뒷짐지지 말고 분명한 잣대를 갖고 정상화에 앞장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