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전자정보 소재산업 육성

우리는 지난 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부품·소재산업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외환위기 이전 10여년간 부품·소재 관련 무역수지 적자는 약 980억달러(반도체 제외 1300억달러)를 기록, 당시 총외채 규모와 비슷해 외환위기의 주범이라고 지적된 바 있다. 완제품업체의 공격적인 투자로 고속성장을 지속해온 전자산업에 비해 관련 소재의 무역수지 적자 비중이 높은 것은 재삼 거론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정보·전자소재산업의 중요성은 다음과 같은 특성에 기인한다. 완제품산업과의 상호의존성이 높고 라이프사이클이 짧아 시장선점효과가 크다. 또 기술개발의 외부 효과도 크다. 정보·전자소재는 완제품인 전자제품과 함께 이를 적용하는 다양한 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기술 개발을 통한 사회적 파급효과가 어떤 산업 분야보다 큰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정부가 이와 같이 전자·정보소재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다양한 정책으로 성장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 외국 업체에 수입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향후 전자산업 발전을 위한 전문소재업체 육성 방안에 대해 기업의 입장에서 몇 가지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전자·정보소재산업에 대한 관점이 변해야 한다. 소재산업은 단순 중간재가 아닌 개개의 최종재로서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가져야 하는 독립산업으로 봐야 한다.

 둘째, 특화된 전문전자·정보소재업체를 육성해야 한다. 미국이나 일본의 선진 업체들은 전자·정보소재에 대한 사고전환과 함께 각자의 전문성에 적합한 분야에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또 자금 수요나 개발 리스크가 큰 소재 분야는 대기업의 참여가 확대돼야 하며 소재전문업체와의 역할 분담을 유도해 안정적 성장을 지원하는 뒷받침도 절실하다.

 셋째, 최종 수요처가 정해져야 소재기술을 개발하기 쉽다. 이는 기술개발 및 양산설비 투자금에 대한 회수와 적정 이윤을 수요처로부터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완제품업체와의 공동개발·위탁개발 등의 형태나 수요 대기업이 참여하는 산·학·연 연계개발 같은 프로그램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대기업들은 소재업체가 개발한 제품에 대한 평가와 함께 품질 향상을 유도, 진입장벽을 낮춰줌으로써 전문소재업체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공생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넷째, 우수 인재의 소재전문기업 유입을 유도하는 사회적 장치가 필요하다. 현재와 같이 우수 인재가 중소기업형 전문업체를 기피하는 현실에서는 다양한 공동연구 프로그램 등을 통한 연구인력의 지원 등이 이뤄져야 한다. 부품소재통합연구단에서 시행하고 있는 ‘박사급 연구원 현장파견 프로그램’ 같은 지원사업이 좋은 사례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선진 정보·전자소재업체들의 기술토착화 및 확산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보·전자소재기업들의 국산화 및 기술이전 등에 대해 전방 산업의 대기업들이 지원 및 다양한 유도정책과 같은 유기적인 협력과 국가적인 공동노력을 통해 해결해야 할 것이다.

 특히 투자유치의 경우 장기불황, 특정 완제품업체와의 단독거래, 고령화와 같은 내재적 요인과 대중국 투자 실패 등으로 이미 반도체·디스플레이·2차전지 등의 거대한 시장을 형성한 한국에 대한 투자 의사가 높은 일본에 대한 집중도를 높여 직접투자 또는 합작법인 설립 또는 생산·판매 협력 등의 다양한 투자형태를 유도하기 위한 전략적 대응이 효과적일 것이다.

 무엇보다 전자·정보소재산업의 성장활력을 강화하는 것이 21세기 우리나라를 디지털시대의 리더로 이끄는 지름길임을 깊이 인식하고 소재업체들의 철저한 소명의식과 함께 실효성을 가진 국가적인 지원과 사회적인 노력을 통해 다양한 전문소재업체의 활발한 육성이 이뤄지기를 기대해본다.

◆정구동 크린크리에티브 사장 kemneth@cleancreativ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