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의 일본 자동차산업이 전기·전자업계의 진출로 격변기를 맞고 있다. 안전과 환경에 대한 배려를 추구하는 이들 기업의 전자기술이 접목되면서 가파르게 자동차의 전자화가 이뤄지는 동시에 전체 완성차 업계 판도 변화까지 예고하고 있다.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기·전자업계의 잇따른 자동차산업 진출로 기존 완성차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며 자동차의 전자화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상했다고 전했다. 이미 히타치제작소가 하이브리드차 등 완성차 제작을 목표로 신설법인을 설립했으며 도시바 등 전자업체들도 자동차용 반도체, 구동부품 등 전장부품 사업을 차세대 핵심사업으로 선정했다.
이 신문은 전자업계의 자동차산업 진출에 대해 “자동차가 전자기술과 접목되면서 가까운 미래에 자동차산업에 근본적인 변화가 올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세계 완성차 업계가 최첨단 자동차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시점에서 일본 전기·전자업계의 움직임은 여타 국가 전자업체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히타치자동차, 부활하나=2차 세계대전 당시 디젤 트럭을 양산했던 히타치제작소가 히타치자동차 부활을 선언했다. 히타치제작소는 지난 4월 ‘히타치오토모티브시스템즈’를 설립, 자동차 시장에 전격 진출했다. 이 회사는 주로 연료전지 자동차용 엔진인 모터 유닛, 전동 브레이크, 제어용반도체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올해 예상 매출이 8500억엔에 이를 만큼 급성장하고 있다. 이는 히노자동차와 필적하는 규모다.
일반적으로 완성차 업체가 차 생산에 관여하는 부분은 20% 정도인데 반해 히타치오토모티브시스템즈는 30∼40%까지를 담당한다. 이와 관련 히타치그룹 쇼우야마 레츠히코 사장은 “이제부터 히타치는 자동차로 돈을 벌 것”이라고 선언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도요타자동차 사이토 아케히코 부사장은 “히타치가 향후 우리의 강력한 라이벌이 될 것”이라고 경계감을 감추지않고 있다. 또 다른 회사인 도시바는 올 봄 미에공장에 10억엔을 투입해 엔진과 모터를 조립하는 하이브리드차용 모토유닛 생산을 개시했다. 히노자동차와 변속기 최대업체인 AW 납품도 따냈다. 오는 2010년 1000억엔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것이 이 회사 비전이다.
◇완성차업계, 대책 마련 나서=일본 완성차업계는 자동차 최후의 거대 시장인 중국에서 GM, 폭스바겐 등 해외 완성차 업체들과의 격전을 앞두고 자국 전자업체들과도 본격적인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차업계는 대표적인 예로 하이브리드차를 들고 있다. 하이브리드차는 구동 부품이 가솔린 엔진에서 전기모터로 바뀌면서 더 이상 완성차들만이 생산하는 엔진기술이 통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닛산자동차는 지난 97년 폐쇄한 자마공장에 ‘자동차용’ 반도체 공장을 설립했다. 여기서 자동차를 제어할 수 있는 칩을 대량 생산할 계획이다. 이 회사 오쿠보 부사장은 “완성차에 장착되는 칩 기술을 모르면 당장 전자업체들에게 시장을 잠식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혼다그룹도 지난해 가을 NEC의 자동차전자부품사업부를 인수, 자동차와 전자기술 접목을 본격화하고 있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
히타치·도시바 가세…기존업체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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