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장비업계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사업다각화’가 만능열쇠인가.
최근 통신장비시장의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각 업체들이 이를 타개하기 위한 대응책으로 저마다 사업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사업다각화는 불황으로 인한 타격을 최소화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되고 있지만 대부분 장기적인 사업계획없이 당장 ‘돈벌이’가 되는쪽으로 추진하고 있어 적지않은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유행처럼 번지는 사업다각화=최근 국내 통신업체치고 사업다각화를 추진하지 않는 기업은 없다. 네트워크통합(NI)업계에서는 올해로 창립20주년을 맞은 콤텍시스템이 복권단말기, 디지털사격시스템 등에 새로이 힘을 싣고 있다. 웰링크는 이동통신용중계기, 무선랜 시스템 등 무선통신 분야로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으며 인성정보는 금융솔루션 사업에 뛰어들었다. 중계기업계도 예외는 아니어서 영우통신이 휴대폰 부품 사업을 시작했고 쏠리테크와 기산텔레콤은 각각 무선랜과 VDSL 분야에 힘을 쏟고 있다.
◇사업다각화의 득과 실=현재 업계가 추진중인 사업다각화의 목표는 시장 다변화다. 기존 주력사업이 시장 침체로 어려운 상황에서 굳이 그 사업에 매달리다 낭패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사업다각화를 추진중인 A사 관계자는 “지난 수년간 기존 주력사업을 통해 매출을 올려왔지만 이제 더이상 시장 전망이 없다”며 “최대한 빨리 기존 사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업다각화에 치중한 나머지 기존 사업 영역을 벗어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장기적인 계획없이 지금 당장 매출이 가능한 사업만 쫓는다면 결국 1∼2년 후에 또 다른 사업을 찾아야 하는 등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기존 사업과의 조화가 관건=시장변화에 따른 어느 정도의 사업다각화는 필요하지만 오랜 시간 준비를 거쳐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다각화를 추진해야 한다는게 중론이다. 또한 기존 주력사업과 시너지효과를 낳을 수 있느냐를 먼저 고려해야한다는 지적도 많다.
예를 들어 VDSL장비업체가 제품군 다양화를 위해 집선스위치, 이더넷스위치 개발을 시도하거나 무선랜업체가 다양한 솔루션과의 연계를 시도하는 것처럼 기존 회사가 갖고 있는 경쟁력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유무선사업다각화를 꾀하고 있는 웰링크의 김진곤 무선사업본부장도 “통신 시장에서 유무선 통합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기존 유선사업과 신규 무선사업과의 연계를 꾀하는 것이 사업다각화 성공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