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제휴인가, AOL-타임워너 악몽의 재현인가?”
프랑스의 통신·미디어 재벌 비벤디가 자사 엔터테인먼트 사업부(VUE) 매각 상대로 미국 GE의 NBC방송을 선택함에 따라 메이저 방송사와 헐리우드 영화사, 인기 케이블TV 채널을 아우르는 또 하나의 미디어 공룡이 탄생하게 될 전망이다.
이로써 4개월간 끌어오던 VUE 인수전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1달여의 마지막 협상이 순조롭게 이뤄질지, 또 합병 후 기대만큼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부채 줄이려 VUE 매각=비벤디는 무리한 인수합병의 여파로 막대한 부채에 시달려 왔다. 지난해 7월 새 회장에 취임한 장 르네 푸투는 통신 등 핵심 사업 집중을 위해 유니버설영화사와 케이블TV, 놀이공원 등으로 구성된 VUE의 매각을 결심, 올해 4월부터 구매자 물색에 나섰다.
VUE 인수를 위해 리버티미디어, 시그램그룹 상속자 브론프먼의 컨소시엄 등 6개 업체들이 경합을 벌였으나 결국 NBC가 최종 승자가 됐다. GE는 NBC와 유니버설을 합병, NBC유니버설을 설립할 계획이다. GE가 80%, 비벤디가 20%의 지분을 가지며 비벤디는 2006년 이후 지분 매각을 통해 필요한 현금을 얻을 수 있다. 또 비벤디는 새 회사에 16억달러의 부채를 떠넘겨 부채 부담을 덜게 됐다.
◇시너지 효과 노린다=GE와 비벤디는 일단 만족했다. GE는 무리한 현금 지출 없이 VUE를 인수, AOL타임워너나 비아컴 등의 미디어 대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된다. NBC유니버설은 예상 매출 130억달러의 미국 6위의 미디어 기업이 된다. 미국 3대 방송사 중 유일하게 헐리우드 영화사의 계열사가 아니었던 NBC는 이번 합병이 이뤄지면 영화사와 케이블채널, TV프로덕션들을 손에 넣어 프로그램 공급원 및 방송 창구를 확보하게 된다. 또 90%에 달하는 지나친 광고 의존도를 낮춰 안정적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밥 라이트 NBC 회장은 “NBC와 비벤디의 사업은 상호보완적”이라며 기대를 나타냈다.
비벤디 역시 비핵심 부문의 매각을 통해 부채 부담을 줄인다는 목표를 달성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VUE 완전정리와 현금 확보’라는 당초 목표와는 거리가 있지만 GE라는 최고 우량 기업과 손잡은만큼 큰 우려는 없다는 분위기이다.
◇미래 밝지만은 않아=일부에선 미디어 업체 간의 합병이 기대만큼 좋은 결과를 가져온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을 들어 NBC유니버설은 실패할 것으로 전망한다. AOL과 타임워너, 월트디즈니와 ABC방송의 합병은 실망스러운 결과를 낳았다. ‘6시그마’로 대표되는 관리 위주의 모범생 기업 GE는 도박과 직관이 지배하는 연예사업과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GE가 재정 조건의 유리함에 현혹돼 냉철한 판단 없이 합병 건을 덥석 물었다”고 진단했다.
비벤디 역시 VUE에서 완전히 손을 털지 못하고 핵심 사업과 별 관계 없는 분야에 계속 발을 담그게 된 것 역시 문제라는 지적이다. VUE의 대주주이며 인수전에 참여했던 리버티미디어가 순조로운 합병을 방해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한편 유니버설뮤직은 음반 업계의 불황이 회복돼 제값을 받게 될 때까진 매각이 유보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