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파일 경매합니다. 장물 아님.”
온라인 음악 서비스를 통해 합법적으로 구매한 음악 파일을 중고 CD처럼 재판매할 수 있는 지에 대해 논란이 일면서 디지털 콘텐츠의 소유와 배포에 관한 민감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최근 도약의 시기를 맞고 있는 디지털 파일의 온라인 전송 시장 향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논란은 미국 미시건주에 사는 조지 호텔링이라는 웹 개발자가 애플의 온라인 음악 서비스 ‘i튠즈 뮤직스토어’에서 구입한 음악 파일을 e베이 경매에 올려놓으면서 비롯됐다. 호텔링은 “인터넷 음악의 소유권에 관한 논의를 일으키기 위해서”라고 자신의 행동을 설명했다고 C넷이 보도했다.
e베이는 이 일이 논란이 되자 “인터넷을 통해 전자적으로 전송되는 제품을 경매할 수 없다”는 약관을 들어 문제의 경매를 취소시켰다. 그러나 평소 구입 후 디지털 파일의 사용을 제한하는 디지털 저작권 관리(DRM) 기술에 불만을 갖고 있던 사용자들이 99센트짜리 노래 한 곡의 경매가를 760달러까지 높여놓는 등 이미 논란이 확산된 후였다.
호텔링은 “적법하게 구매했다면 실제 제품이건 지적 재산이건 재판매할 수 있다는 원칙을 확인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현행법은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제품이라도 합법적으로 구매했을 경우 소유자의 재판매권을 인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사건이 온라인 콘텐츠 사업의 정착을 위해 해결해야할 문제가 여전히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프레드 폰 로만 전자프론티어재단(EFF) 고문변호사는 “호텔링의 행위가 현행법이나 i튠즈 뮤직스토어의 약관에 의해 허용되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에 대한 규정은 거의 없는 상태이다. 파일의 대여나 기증 같은 예상되는 문제들에 대한 규정도 없다. 또 애플로부터 음악 파일을 구매한 사람이 그 파일을 제3자에 되팔았다면 제3자는 애플과 아무 관련이 없게 되고 따라서 애플의 DRM 규정에 제약을 받지 않게 된다. 이는 디지털 콘텐츠의 판매·소유에 대한 개념을 흔들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디지털 파일의 재판매가 금지된다면 구입한 디지털 파일의 소유권이 타격을 받게 된다. 이럴 경우 파일의 ‘소유(다운로드)’를 강조하는 애플식의 서비스보다 ‘대여’ 위주의 회원제 서비스가 힘을 얻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