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반도체 장비기술 활성화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80년대 초반부터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과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관련업계의 피나는 노력으로 그동안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그 결과 현재 한국은 세계 3위의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했으며 반도체 산업은 우리나라의 경제를 움직이는 원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메모리관련 생산기술은 세계 최고의 수준이며 반도체는 전자관련 수출의 50%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우리나라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품목이 돼 있다. 반도체제조 공정과 매우 유사한 공정으로 생산되는 디스플레이 산업이 세계 최고의 반열로 빨리 올라설 수 있었던 이유 역시 우수한 반도체 생산기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공정은 기본적으로 대규모 설비투자를 바탕으로 대량생산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장치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대규모 설비의 대부분을 미국·일본 등 선진국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반도체공정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전공정분야에서의 장비는 90% 이상, 조립 및 검사 등 후공정 장비를 포함하더라도 반도체 장비(국내 연간 수요는 3조원 수준)의 외국 의존율은 여전히 80% 안팎에 머무르는 실정이다. 대규모 투자와 섬세한 노동력으로 벌어들인 많은 이익을 장비 수입에 소진하는 것이다.

 반도체 장비기술은 전자, 기계, 물리, 화학, 재료 등 다양한 학문적 기초가 필요하고 초미세, 고집적 등을 구현하기 위한 극한기술의 복합체이며 부품의 수가 많고 초정밀 가공기술 등 고도의 통합기술이 필요하다. 미래의 지식정보화 사회와 소량다품종 생산체제에 맞는 창의력과 시스템통합 기술을 요구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같은 장비기술이 미국·일본·유럽 등에 비해 상당히 낙후된 형편이다.

 반면 중국과 대만은 막강한 투자능력과 섬세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우리의 반도체산업을 바짝 쫓아오고 있다. 반도체 산업이 장치산업이라는 특성을 감안할 때 향후 5년을 전후해 우리 반도체 제조라인의 수준은 중국과의 경쟁관계, 또는 뒤처지는 상황에 놓이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돌이켜 보면 미국의 메모리 반도체제조 라인이 80년대 말부터 일본에 대한 경쟁력을 잃기 시작했으며 일본 또한 90년대 말부터 한국에 대한 경쟁력을 잃어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 두 나라는 반도체를 생산하는 장비의 독자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았으며 특히 일본의 경우에는 일본 국내 장비보다 초창기 기술력이 월등한 미국 등 외국생산 장비를 구입할 때 히타치 등 소자업체들이 자발적으로 국제일렉트론 등 일본 업체를 참여시킴으로서 선진기술을 이전 받도록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 결과 국제일렉트론은 매출 규모가 수십조원에 달하는 미국의 장비회사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를 바짝 뒤쫓고 있는 성공한 대기업이 됐으며 더나아가 디엔에스 등 세계적인 일본의 반도체 장비회사가 다수 출현하게 됐다. 미국과 일본이 우리나라의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장비 시장을 거의 석권하고 있는 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초미세, 고집적 등을 구현하는 초정밀 반도체 제조장비 기술 없이는 우리나라가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주도하고 세계 제일의 생산시설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중국, 대만 등 대규모 반도체설비 투자를 바탕으로 무섭게 따라오고 있는 후발국가에도 밀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소자업체는 우리 반도체 장비회사를 사업의 동반자로 생각하고 기술 이전과 차세대 장비 개발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또한 정부와 학계도 반도체 장비산업 발전을 극대화하기 위한 정책적인 노력과 연구활동이 그 어느때보다 필요하다.

 우리에겐 세계 최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업체들이 든든한 우군으로 버티고 있어 여건은 그 어느 나라보다 나은 편이다. 반도체 소자뿐 아니라 장비까지 세계 시장을 석권하는 장밋빛 미래를 기대해본다.

 ◆ 한국기술교육대 김광선 교수 kskim@ku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