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선의 소프트웨어 소환 전략

 “IT의 고비용과 복잡성을 소환하라(Recall cost & complexity)!” 독설과 달변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스콧 맥닐리 선마이크로시스템스 회장이 16일 샌프란시스코에서 개막된 ‘선 네트웍스2003’에서도 어김없이 좌중을 웃겼다. 연단에서 신문을 펼쳐들고 데이비스 캘리포니아 주지사 소환과 관련된 민주-공화당의 대결을 다룬 기사를 읽어내려가며 정치상황을 비꼬는 맥닐리에게선 선만이 IT의 비효율성을 ‘심판’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자신감이 비춰졌다. 물론 참석자들의 웃음은 선이 소환하고 싶은 대상이 ‘MS’나 ‘IBM’쯤이라는 것을 충분히 읽을 수 있다.

 행사에 참여한 기업 관계자들은 소프트웨어를 6개군으로 통합하고, 각 군에 속한 5∼10개 되는 제품 가격이나 라이선스 기준을 동일하게 책정하며 업그레이드 역시 해당 군에 속한 솔루션을 같은 시기에 처리한다는 선의 이번 정책이 일단 경쟁업체와 차별화되는 것이라는 반응이다. 또 선의 이같은 정책이 시장에서 반향을 일으킬 경우 소프트웨어시장에서도 가격 파괴 현상이 하드웨어 시장 못지 않게 나타날 것이라는 점에서 경쟁사들의 대응도 예의 주시할만 하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주지사 소환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오는 10월에서 내년 3월로 연기됐듯 선의 ‘소환 전략’은 여러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특히 한국HP나 한국IBM의 협공 속에 어려운 싸움을 하고 있는 한국썬의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싸움을 벌여야 한다.

 절대적으로 열세인 조직규모로 서비스·컨설팅 업체를 제외한 모든 하드웨어 및 솔루션 업체와 경쟁하는 상황이 된 만큼 결코 좋은 조건은 아니다.

 세계 경제 5위에 이르렀던 캘리포니아 주정부를 재정파탄에 임하게 한 주지사에 대한 주민들의 원성은 자자하지만 그렇다고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앞세운 공화당을 지지하는 이들도 많지 않다. 결국 수요자들이 생각하는 소프트웨어 시장에 대한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해야만 ‘선의 소프트웨어 소환’ 전략이 성공할 것이다.

<샌프란시스코(미국) =정보사회부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