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유엔전자문서표준화기구(UN/CEFACT) 포럼회의가 지난 15일 개막돼 19일까지 닷새간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다. 이번 포럼에는 15개국 100여명의 국제 전자문서 표준 전문가들이 참석해 세계 전자문서 표준화 제정작업을 진행한다.
이번 회의는 아시아에서 한국이 처음 유치한 것으로 e비즈니스 부문에서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 기업들도 전자문서 이용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를 얻고 있는 것으로 국제 사회에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에서 전자문서를 이용해 20∼30% 비용절감, 업무 효율성 증대 및 시간단축 등의 효과를 보고 있으며 전자문서를 이용하고자 하는 기업이 늘어가고 있는 것이다. 또 ‘전자문서이용촉진법’이 제정되고 ‘전자거래기본법’이 개정돼 앞으로 우리 사회전반에서 전자문서의 이용은 급속히 확산될 전망이다. 오래 전부터 중요한 거래 사실은 문서로 보관한 것처럼 오늘날의 전자문서도 e비즈니스의 거래의 중요한 부문을 차지하고 있다.
시대가 바뀌고 상거래 패러다임의 변화로 문서도 많은 변화를 하였다. 문서의 형태면에서는 고문서에서 종이문서로 다시 전자문서로 바뀌면서 문서 생산 속도와 양적 측면에서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가운데 가장 큰 시대적 변화는 ‘문서의 유통’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세계 각국에서 생산된 상품이 글로벌 교역을 통해 세계 다른 지역에서 소비되는 현실에서 보듯, 전자문서도 B2B, G2B, G4C, G4B, G2G와 같은 전자거래에서 세계적 유통을 고려한 글로벌 표준(기준)에 따라 호환돼야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를 위해 ‘전자문서 표준’에 대한 이해는 대단히 중요하다. 우리에게 전자문서 표준의 이해는 두가지 측면에서 구분될 수 있다.
첫째는 글로벌 표준을 적용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우리의 표준을 글로벌 표준으로 제정하는 노력이다. 글로벌 표준을 적용하면 기업환경이 변화해 새롭게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발생하는 경우에도 즉시 시스템을 변경하거나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용이하다. 만약 기업이 표준을 고쳐 사용하거나 또는 무시한다면 앞으로 다가올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데 한계를 겪게 되고 수정을 위해 많은 추가비용이 부가돼 경쟁력은 자연스럽게 떨어질 것이다.
우리의 표준이 글로벌 표준이 되면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많은 부가이익을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래된 글로벌 표준의 사례로 볼보코리아가 개발한 프로세스 재디자인 기법을 들 수 있다. 이 기법은 전세계 40여개국 볼보 사업장에서 채택됐고 다른 회사들이 이를 모방하려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표준을 글로벌 표준화시키는 과정에는 그룹파워가 필요하고 국제적 인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국의 기업, 기관은 국제기구의 참여 경험이나 협상력이 부족한 현실이다. 하지만 이번에 UN/CEFACT포럼회의가 서울에서 개최돼 가까이서 글로벌 전자문서 표준 제정 과정을 경험하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이번 회의에는 17개 워킹그룹에서 각 부문별 표준 제정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유럽, 미주, 아시아지역의 15개국 표준화 전문가들이 참여해 세계 전자문서 표준화 올림픽이라고 할 수 있는 UN/CEFACT에서 표준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UN/CEFACT 포럼회의는 글로벌 경제 발전을 위해 로열티 없는 국제 표준을 만들어 가고 있으며 특히 글로벌 협업 지원을 위한 표준 프레임워크를 발표하고 있다.
아울러 포럼회의는 산업부문의 글로벌 표준이 제정되는 현장이기도 하다. 이번 회의에서는 공급망, 금융, 건설 입찰, 운송, 관광 및 레저산업에 대한 국제 전자문서 표준화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회의가 우리나라가 글로벌 표준 제정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이에 대한 안목을 갖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정득진 한국전자거래진흥원장 djjung@kiec.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