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우리경제의 성장률이 지난해(6.3%)의 절반도 안되는 2.7%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IMF 외환위기(-6.7%)와 제 2차 오일쇼크(-2.1%)와 같은 외부적 충격을 감안한다면 지난 62년(2.1%)이후 40여년만에 맞는 최저성장률이다.
가계부채, 부동산 버블 등에 따른 내수침체가 노사분규, 정치불안 등 경제외적인 불확실성과 맞물리면서 기업투자와 가계소비를 위축시킨데 그 주요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설상가상으로 태풍 ‘매미’는 지난해 ‘루사’에 이어 가뜩이나 일조량 부족, 적조 등으로 피폐해진 농촌과 어촌 그리고 경기침체로 허덕이는 산업계를 강타했다. 지난 상반기 사스불황에 더하여 단순 계산상으로도 우리경제의 성장률을 0.2∼0.3%가량 하락시킬 전망이다.
그러나 더 시급한 문제는 투자가 외환위기 이전의 절반수준으로 떨어지고 잠재성장률도 3%대로 하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왕성한 성장력을 자랑하며 경쟁국의 부러움을 샀던 우리경제의 앞날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한국경제가 국민소득 1만달러에 도달한지 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이제 우리경제가 구조적인 침체에 빠져 들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까지든다.
산업과 기술의 변화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국가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오늘의 상황은 우리에게 그 어느 때보다도 새로운 인식과 함께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우리경제의 성장동력으로 전통산업에 대한 신기술접목과 함께 차세대 10대 성장산업을 확정하여 발표했다. 훌륭한 정책뒤에는 올바른 실천이 있어야함을 국민들은 지난날의 경험을 통해 익히 알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물적자원이 빈약한 나라에서는 인재양성만이 대안임을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경제학자 란데스의 지적대로 지식기반경제가 고도화되고 있는 요즈음은 ‘한 사람이 다수를 먹여 살리는 시대’ 인 것이다. 우리나라가 기술인력에 관심을 두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을 살펴보면, 이공계 지원 학생이 지난 96년 35만명에서 지난해 20만명으로 줄었고 기존 이공계 인력들도 학과를 옮기거나 고시준비에 나서는 이탈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교육환경의 열악, 상대적으로 낮은 소득, 빠른 기술변화, 고용불안 등으로 이공계 인력공급이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는데, 이는 무엇보다도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사회 전반의 의지와 공감대 형성이 그 어느때 보다도 약한데서 기인한다고 여겨진다. 다행히 최근 노무현대통령이 기술인력 우대방침을 밝힌데 이어 각 부처에서도 후속조치를 마련하는 등 정부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기술신용보증기금의 경우도 설립이래 일정비율의 이공계 출신을 우선 채용하고 있고, 작년부터는 채용비율도 올려 현재는 총직원의 30%인 350명의 이공계 직원이 함께 일하고 있다. 이중 60명의 박사를 포함한 170여명의 이공계 인력은 전국 주요도시에 소재한 10개 기술평가센터에서 외부 전문인력 850여명과 우수기술의 개발과 활용에 동분서주 하고 있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최고 통치집단중 기술관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넘는다고 한다. 더군다나 정치국 상무의원 7명 전원이 이공계 출신이고 국가주석, 전인대 상무위원장, 제1부총리가 칭화대를 나왔다고 한다.
21세기는 무형의 지식이 토지나 자본보다 더 가치있는 시대이다. 그런데 그 무형의 기술은 바로 사람에게서 비롯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양질의 교육을 받은 우수한 인력을 다수 확보하고 있는 나라이다.
인구 1000만명 이상인 국가중 소득 1만달러에서 2만달러로 진입하는데 소요된 기간은 평균 10년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벌써 8년째 들어서고 있으니 이제 2년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이제는 우리 모두 함께 뜻을 모아 기술중심의 인재양성에 발벗고 나서야 할 시기인 것이다.
◆박봉수 기술신용보증기금 이사장 bongspark@ki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