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제주도로 이전하기로 결정한 것은 지난해 1월이었다. 여러 임원의 반대와 결사적인 일부 주주들의 반대도 있었지만 결국 본사를 제주도로 이전했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이곳에 40여명의 직원을 데리고 정착하는데 어려움도 많았지만 돌이켜보니 이런 것들은 아주 소소한 것들이었을 뿐이었다.
회사를 제주도로 이전키로 어려운 결정을 내린 것은 이제 막 시작된 게임산업에 대한 인력 스카우트가 너무 빈번해 아예 서울에서 가장 먼 제주도로 옮기자는 생각 때문이었다. 어찌됐던 이전해 오면서 시작한 새로운 프로젝트인 ‘3D 온라인 게임 천상의 문’이 1년 6개월 만에 오픈을 눈 앞에 두고 있다.
IT산업의 경쟁력은 그 누구의 도움도 그다지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 중에서도 온라인게임 사업은 더더욱 그렇다. 개발사와 사용자(유저)가 직접 만나서 상품의 품질을 평가하기 때문에 물류와 유통 개념이 타 산업에 비해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오로지 상품의 품질만이 그 회사의 운명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제주도는 연구, 개발하기는 정말로 좋은 도시이다. 만약 유통개념이 있는 업종이라면 제주도는 아주 열악하다고 할 수 있지만 개발면에서는 최상의 조건을 갖고 있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고, 이곳에서 회사를 운영하면서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 그때 나의 판단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스스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제주도에 내려올 때 원하는 만큼의 지원은 없었지만 물질적인 지원보다는 음과 양으로 많은 영향을 받았으며, 이것은 서울에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것이었다. 사실 기업 하는 사람은 인맥이 좋고, 발이 넓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회사 운영하기는 서울이 좋은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벤처기업은 인맥과 발의 크기보다는 철저하게 기술과 상품의 퀄리티로 질로 판가름 난다고 본다. 서울과 지방에서 사업을 벌이면서 여러 가지 많은 차이를 느낀다. 서울에서는 관계 공무원에게 할당된 기업이 너무 많아 부도가 나든 흥하든 망하든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다. 때문에 무슨 정책을 만들던 지 우리 회사와는 크게 연관되지 않았고, 또한 관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방에서는 여러 방면의 관계 공무원, 학계, 기업체 등이 모여 실질적으로 그 지방에 필요한 정책이 우선적으로 정해지고 시행된다. 이 때문에 정책 하나 하나가 나와 연관된 것들임으로 여러 측면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결국 내가 그 지방의 한 사람이라는 것을 새삼 일깨워준다.
지방에서 기업을 하든지 서울에서 기업을 하든지 꼭 어디에 있어야 한다는 공식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기업이 하는 업무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기초적인 연구, 개발은 지역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
요즘같이 좋은 인터넷 환경에서는 지방과 서울의 차이가 거의 없어졌고 지방이라서 연구가 안 된다는 것은 옛말이다. 다른 분야는 내 스스로의 경험이 부족해서 확신할 수 없지만 연구, 개발을 주로 하는 기업이나 연구소라면 제주도로의 이전을 추천한다. 내 경우 실보다는 득이 컸기 때문이다.
지스텍은 현재 3D 온라인게임 프로젝트 ‘천상의 문’의 오픈을 기다리고 있다. 벌써 출시하기도 전에 100만달러 이상의 계약금을 받고 여러 나라에 수출했다. 국내보다도 해외에서 먼저 인정 받은 것이다.
벤처는 주변보다 바로 자신과의 싸움에서 성공했을 때 비로소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이곳 제주도에서 나와의 싸움을 끊임없이 하게 되면서 여러 방면에서 그런 것들이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고, 지스텍 또한 제주도에서 점점 커가고 있다고 자부한다.
◆허건행 지스텍 사장 billhu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