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가 최근 디지털TV에 케이블 셋톱박스를 내장하는 케이블레디DTV 조기 보급 방침을 내놓은 가운데 케이블TV 업계와 가전 업계가 초기 서비스 수준에 대해 이견을 보여 조정 작업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가전업계 등은 최근 ‘케이블레디DTV연구반’을 구성,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했으나 도입 초기 양방향 서비스 제공 여부를 놓고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SO ‘초기부터 양방향’=SO업계는 초기에 보급되는 케이블레디DTV에 독립형 전자프로그램가이드(EPG), 주문형비디오(VOD) 등이 가능한 양방향 셋톱박스가 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초기 제품이 단순히 디지털 AV 방송만 가능케 한다면 별도로 각종 부가 서비스를 실현해주는 디지털 셋톱박스가 필요하게 돼 케이블레디DTV 보급의 의미가 희석된다는 주장이다.
케이블TV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가 수백만원의 비용을 들여 케이블레디DTV를 구입해놓고 이를 통해 각종 부가 서비스를 구현할 수 없다면 불만이 클 것”이라며 “스카이라이프가 데이터방송 등 진화된 부가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력 확보에도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가전업계 ‘단방향부터’=이에 비해 LG전자, 삼성전자 등 케이블레디DTV 생산을 준비 중인 가전업계들은 일단 초기에는 단방향 서비스만 지원하는 제품을 출시하겠다는 방침이다.
미국 가전업체들은 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내년 7월로 케이블레디DTV 도입을 의무화한 가운데 단방향 케이블레디TV 생산을 서두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가전업체들도 미국과 동일한 방식의 단방향 제품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또한 가전 업체들로서는 SO가 양방향 서비스를 정착시키기도 전에 미리 양방향 케이블레디DTV를 본격 생산하는 것이 부담이 된다는 입장이다.
가전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단 미국의 움직임을 따르는 것이 여러 면에서 수월하다고 판단한다”며 “양방향 제품을 생산하려면 각 SO별로 합의를 거쳐 단일 표준을 도출해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제품 생산도 지연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전망=케이블레디DTV연구반은 내달 13일 3차 회의에서 SO의 요청에 따라 가전업계가 제출한 의견을 놓고 조정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연구반을 이끌고 있는 박승권 한양대 교수는 “현재로서는 SO와 가전업계의 견해 차이가 뚜렷하다”며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인 만큼 합의점은 찾아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구반에는 SO, 삼성전자, LG전자,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관계자 등이 참여하고 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