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이후 최악의 경기 때문에 전 국민이 생계유지조차 힘겨워 하는 와중에 설상가상으로 ‘매미’라는 무지막지한 태풍이 한반도 남부를 강타해 수많은 동포의 숨통을 비틀어 놓고 말았다.
우리 국민은 ‘옛날에 한 소녀가 있어 내일은 오늘과 다르리라 하고 살았답니다’라는 시 귀절을 읊조리는 사춘기 소녀처럼 내일은 좀 낫겠지 하고 하루하루를 근근히 버티면서도 가끔 매스컴을 통해 들려오는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라는 달콤한 노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그런 순박한 사람들이다. 우리는 지난 1994년에 국민소득 1만달러를 넘어선 이래 환율의 등락에 따라 국민소득도 널뛰기를 반복, 지난해 말 다시 1만달러로 간신히 올려놓은 상태다. 1만달러를 달성한 후 싱가포르는 5년 만에, 홍콩은 6년 만에, 일본은 8년 만에 2만달러를 달성했다고 하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경제 문외한인 전직 대통령을 잘못 뽑았다거나 여·야가 정치판 싸움만 하다가 도약의 기회를 놓쳤다는 둥, 재벌이 제몫 챙기기에만 급급해 분배가 제대로 되지 못했다는 둥, 강성노조가 밥그릇 키우는 일에 몰두해 기업성장의 발목을 잡았다는 둥, 탁상행정에 얽매어 있는 공무원들의 탓이라는 둥, 현장에서는 전혀 쓸모도 없는 교과서만 가르치는 대학교육 탓이라는 둥 모두가 네탓 타령이다. 분명,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1만달러 국가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우리국민 중에는 3만달러 나라 뺨치듯이 뻐기면서 사는 부류의 국민도 적지 않다. 분수에 넘는 큰 아파트, 대형 자동차, 가족마다 휴대폰, 해외골프여행, 명품일색, 월 100만원 과외비 지출 등의 사례를 보면 우리의 소득이 1만달러가 아니라 3만달러도 넘는 국가에 살고 있지 않나 하는 착각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2만달러시대의 대한민국 자화상은?”이란 질문에 대해 앞서의 예를 감안할 때 ‘전국민이 2배나 잘사는 부자가 된다’는 대답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이 시점에서 의미깊게 생각해 봐야 할 것은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우리와 같은 아시아권의 싱가포르·홍콩·일본이 1만달러시대에서 2만달러시대로 진입하기까지 그들 국가와 국민이 어떤 성장 정책과 각고의 노력을 경주하였는가를 면밀히 따져보고 지금부터라도 따라해야 한다. 그 다음에야 비로소 2만달러를 돌파한 싱가포르와 홍콩, 3만달러를 넘은 일본의 국민들을 눈여겨보고 우리보다 2배, 또는 3배 더 사치하고 호화롭게 살고 있는가 살펴봐야 한다.
지난 2002년말 현재 우리 대한민국의 국민소득은 공식 발표로 1만67달러로 세계 30위에 랭크돼 있다. 지금부터 연평균 GDP 성장률 5%를 매년 지속해야만 오는 2010년에 2만달러시대에 진입, 세계 24위 경제선진국이 된다. 3%이니 마이너스성장이니 하는 마당에 5%라는 수치만 보더라도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2만달러 시대 도달시 예상되는 가장 큰 소득은 사회의 변화이다. 빈부격차의 위화감 때문에 일어나는 사회갈등이 대폭 감소하게 될 것이며, 막연한 선진국 숭배 사상에 의한 무작정 이민이나 원정출산과 같은 행태도 사라질 것이고, 인간과 인간 사이에 가로 놓여있는 빈부의 벽, 노사의 벽, 학력의 벽, 지역의 벽, 노소의 벽, 남녀의 벽과 같은 다양한 벽들이 무너지면서 남을 배려하는 훈훈한 한민족 사회가 재구성될 것이다.
2만달러시대를 위해 전자신문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창간 21주년을 맞는 전자신문의 위상만큼이나 우리경제에서 차지하는 정보기술(IT)의 역할 또한 지대하다. 우리나라의 향후 먹거리임과 동시에 2만달러시대를 견인할 정부 선정 10대 성장동력산업의 대부분이 IT와 직간접적 관련을 맺고 있을 정도다.
다시 한번 국민달러 2만달러, 3만달러시대를 향해 전자신문과 함께 나아가며 희망을 우물을 파보자. ‘곳간이 차야 인심이 난다’는 선조들의 말씀처럼. 행복만이 가득한 천국같은 2만 달러 국가,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상을 상상하면서 10대 성장엔진에 기름을 기득 채우고 가속기를 힘차게 밟아보자.
<오해석 한국정보처리학회 회장/숭실대 교수 oh@computing.soongsil.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