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살의 나이는 여러모로 인생의 변곡점을 이룬다. 20살때와는 달리 스스로가 어른이라고 생각하며, 또 사회로부터 어른 대접을 제대로 받는 시기다. 자동차보험 가입 연령이 만 21세 이상인 것만봐도 그렇다.
대문호 괴테가 자신의 문학에 큰 영향을 미쳤던 헤르더를 알게 된 것은 21세(1770년)에 슈트라스부르크로 가서다. 이슬람의 마르코 폴로로 불리는 대여행가 이븐 바투타는 21살때 메카 순례를 떠나면서 30년간 12만km의 대장정에 올랐다.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브렛 세이버하겐이 1986년 20승 6패 방어율 2.87을 기록하면서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과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상(MVP)을 휩쓸었던 것도 21살때다.
1975년 하버드대학을 중퇴한 빌 게이츠가 폴 앨런과 함께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에서 세계 최고의 PC용 소프트웨어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를 탄생시킨 때도 21세다. 스티브 잡스는 21살때인 1976년 스티브 워즈니악과 자신들의 차고에서 애플컴퓨터를 처음 만들었다.
황영조가 1991년 영국 셰필드에서 열린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금메달을 거머쥐며 한국마라톤의 부활을 알린 것도 21세때다. 얼마전에는 세계바둑최강전에 출전할 국가대표팀 선발전에서 박지은 4단이 한국기원 소속 191명 프로기사 가운데 단 4명에게만 주는 태극마크를 획득했다. 우리나라 바둑사상 처음으로 여류기사가 선발된 것인데 그녀의 나이도 21살이다.
1982년 정보산업의 인프라가 취약하던 시절, IT 세상을 밝히면서 창간한 전자신문이 오늘로 21돌을 맞았다. 우리나라 전자·정보통신산업의 성장과 함께 호흡해온 전자신문은 이제 신성장동력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무거운 책무를 떠안고 있다. 디지털혁명의 선두에서 새로운 IT의 길을 제시해야 하는 전자신문의 각오 또한 새롭다. 무엇보다 자신의 언행에 책임을 지는 어른다운 사회 공기(公器)로 역할을 다할 것이다. 유비쿼터스시대가 여는 새지평, 새역사에 동참하면서 한편으로 정보의 빈부격차를 심화시키고 소외현상을 빚게 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다. 독자 여러분들로부터 신뢰받는 신문으로 거듭날 것을 재삼 다짐한다.
이윤재 논설위원 yj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