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서울지역 비동기식 IMT2000(WCDMA) 상용화를 앞둔 가운데 WCDMA가 몰고올 마케팅 환경 변화가 이동통신사업자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WCDMA 서비스는 ‘사용자인증모듈(USIM)카드’를 의무적으로 채택해 CDMA 시장에서 경험하지 못한, 이른바 ‘가입자와 단말기의 분리’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이통사업자들로선 2세대에서 주효한 대리점(유통망) 중심의 마케팅 전략 수정이 불가피함은 물론 향후 2세대 및 WCDMA가 공존할 경우 전반적인 시장 판도도 변화가 예상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KTF는 연말 서울지역 WCDMA 상용화를 앞두고 기술개발·기지국 설치를 비롯해 USIM카드 개발 등 본격적인 서비스 채비에 나섰다.
SK텔레콤은 약 5만장 안팎의 USIM카드를 1차 도입키로 하고 국내 칩 메이커인 삼성전자와 기술개발 논의를 현재 진행중이다. KTF는 프랑스 칩카드 전문업체인 젬플러스와 공동으로 1만∼2만장 가량의 USIM카드를 우선 도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두 사업자는 국내 시장에 USIM카드를 첫 도입하는만큼 시장환경 변화를 예측하기 힘들어 세부적인 마케팅전략은 수립하지 못한채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USIM카드는 2세대 GSM 시장에 기본 장착됐던 SIM카드를 보다 진화시킨 3세대 통신용 스마트카드로 WCDMA에선 의무적으로 장착해야 한다. WCDMA 시장에서는 2세대 GSM처럼 가입자가 USIM카드만 발급받고, 핸드폰은 빌려쓸 수도 있게 된 셈이다. 이에 따라 기능도 가입자인증·로밍을 기본으로 신용·로열티·상품권·전자화폐 등 각종 부가서비스까지 구현할 수 있다.
우리나라 CDMA 사업자들은 애초부터 사용자인증·로밍 기능을 카드 대신 단말기에 구현, 단말기 제조업체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운데 핸드폰 유통구조 중심의 가입자 유치전략을 벌일 수 있었다. 만일 USIM카드 도입으로 가입자의 단말기 의존도가 해소되고 내년초부터 사업자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번호이동성 제도까지 맞물릴 경우 기존 이동전화 시장의 영업 근간 자체를 흔들 수도 있는 것이다.
KTF 관계자는 “USIM카드가 도입되면 이동전화 임대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런 측면이 많다”면서 “이같은 변화가 WCDMA는 물론이고 2세대 이동전화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종전과는 전혀 다른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KTF는 USIM카드를 도입하더라도 당분간 단말기와 사업자를 마음대로 바꿀 수 없도록 USIM카드에 일종의 잠금장치(USIM락)를 개발, 적용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그러나 WCDMA 서비스 상용화와 더불어 정보통신부가 USIM락에 대한 세부 기술기준을 어떻게 정할지에 따라 이마저도 불가능해질 수 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