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통합지휘무선망` 뜬다

 태풍 ’매미’가 국토를 할퀴고 지나간 가운데 국가 위기관리 시스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현장에 투입된 구조요원이 일사불란한 지휘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통신수단 확보가 시급하지만 현재 군, 경, 소방 등 재난구조 기관별로 통신체계가 달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따라 정통부는 최근 테트라(TETRA) 기술 방식의 디지털 주파수공용통신(TRS)을 중심으로 한 통합망구축 기본계획 수립의 마무리 단계를 밟고 있으며 국무조정실은 이를 토대로 망구축 및 운영주체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중이다.

 ◇통합망구축 기본계획 어떤 내용 담았나=정통부의 기본계획안에 따르면 통합망은 기존 무선통신시스템과의 상호연동을 확보하며 단계적으로 통합·구축하게 된다. 가장 큰 관심을 끈 기술방식과 관련 정통부는 디지털TRS 방식중 국내에서 경찰망으로 이용중인 테트라(TETRA) 방식으로 사실상 확정했다. 정통부는 최근 각 기관에 공문을 보내 테트라 방식의 디지털TRS 구축을 제외하고 나머지 사업은 중단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통부는 2006년까지 3단계로 나누어 총 2540억여원을 투자해 통합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2004년까지인 1단계에는 서울 수도권과 4대 도시, 2단계(2005년)는 중소 지방도시까지 구축, 3단계(2006년)는 도서, 산간지역 등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기존 망은 게이트웨이를 이용해 상호통신체계를 확보할 것을 제안했다. 망 운영은 국가가 직접 운영하는 방식과 민간사업자에 위탁운영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으며 구축 추진체계는 국무조정실의 통합망 구축추진위원회를 구성, 총괄 및 조정 기능을 담당하게 될 전망이다. 행자부(재난관리청)는 구축·운영과 관련한 업무를 주관한다는 방침이나 군용망 구축·운영과 관련 국방부와 이견을 조정중이다.

 ◇주파수 할당이 관건=통합망에 할당되는 주파수는 380㎒ 대역과 800㎒ 대역이 후보로 거론된다. 정통부는 국무조정실 구축추진위원회를 통해 대역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나 선택에 따른 문제가 지적된다. 380㎒대역을 할당할 경우 경찰이 4대 광역시와 서울, 고속도로순찰대에 500억여원을 들여 이미 구축했거나 구축중인 디지털TRS망과의 호환이 안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아울러 해당 대역을 이미 사용중인 소방, 택시사업자, 군 등의 주파수를 재조정해야 하는 숙제가 생긴다. 사용중인 대역도 유럽에서 사용하는 대역과 서로 달라 재조정은 더욱 까다로울 전망이다. 반면 800㎒ 대역으로 갈 경우 10㎒를 사용할 수 있는 380㎒대역과 달리, 경찰청이 사용하고 있는 가용주파수 대역이 5㎒(200개 채널)에 그쳐, 20만여명이 사용할 통합망의 주파수 자원으로는 부족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아울러 대부분의 테트라 표준 장비가 380㎒를 채택하고 있어 비교적 사업자수가 적은 800㎒ 장비를 도입할 경우 도입비용, 호환성이나 향후 기술이전에 불리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후방효과도 고려해야=현재 공중망인 KT파워텔과 자가망인 경찰망 등에 디지털TRS가 구축돼 있으나 시스템은 물론 단말기도 국내에서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KT파워텔망과 경찰망은 모두 미국 모토로라의 장비와 단말기가 사용되고 있다.

 이에따라 KT파워텔의 경우 미국에서 100달러(약 13만원)에 판매되는 단말기를 40여만원에 도입하는 등 비용 측면과 시스템 기능 향상 등에서 한계를 나타내고 있다. 국가재난망이 한 사업자의 기술로 도배될 경우 향후 망의 안전성과 시스템 유지 등에 문제가 생길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기술도입시 여러 사업자의 호환성 확보와 국내 업체로의 기술이전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테트라 장비사업자간 표준화가 완료되지 않아 단말기를 기지국으로 사용하는 TMO기능 도입이 2006년에야 가능할 것이라는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한편 통합망 전면 도입에 앞서 재난·재해 발생시 실제 현장에서 요구되는 기능과 명령체계 위주로 로드맵을 구성해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삼풍백화점 사고 당시 구조에 참여했던 서초소방서의 한 관계자는 “현장 경험에 비춰볼 때 군·경·소방·의료기관 등이 하나의 망으로 통화하는 통합망 도입은 실제 효용성이 떨어져 오히려 예산 낭비가 될 수 있다”며 “통합지령과 데이터를 각 기관별 상황실에서 취합, 각 구조원에 지령을 내려주는 것이 현장에서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