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사명(社名)

 지금은 잊혀져가고 있지만 ‘골드스타(GoldStar)’는 오랫동안 우리나라 가전제품 이미지로 각인됐던 브랜드다. 삼성전자와 대우전자(현 대우일렉트로닉스)가 해마다 새로운 기능의 제품을 내놓으면서 소비자들에게 어필했지만 주요 대도시를 벗어나면 잘 먹혀들지 않았던 이유가 ‘골드스타’ 때문이었다. 골드스타는 1959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라디오(A-501)를 등장시켰던 금성사(현 LG전자)의 영문 표기다. 이후 TV, 세탁기, 냉장고 등 국민생활의 편의와 직결됐던 가전제품을 금성사가 가장 먼저 선보이면서 골드스타 브랜드를 우리나라 소비자들 가슴속에 깊이 새겨놓았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국산 가전제품이 수출주력상품으로 부상하면서 ‘골드스타’는 계륵으로 바뀌게 된다. 90년대들어 금성사를 비롯한 가전3사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의 수출에서 벗어나 자신의 얼굴(브랜드)을 해외시장에 알리고 수익구조를 개선시키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금성사는 국내 시장에서 명성을 쌓은 골드스타가 발목을 잡았다. 골드스타의 원래 뜻이 가족에 전사자가 있음을 의미하는 금빛 별이어서 영어권 소비자들에게 좋게 비쳐질리 만무했다. 그렇다고 사명(社名)의 뜻을 살려 비너스(Venus)로 바꾸기도 애매했다.

 금성사는 1995년 그룹이 한국식 사명인 럭키금성을 LG로 바꾸고 나서야 LG전자로 거듭나고 글로벌 브랜드 경영의 닻을 올리기 시작했다. 회사명을 LG전자로 교체한 값으로 첫 해 350억원을 지불해야 했고 1997년에는 해외시장에 2억달러(약 2000억원)를 쏟아부었다.

 럭키금성의 LG 변신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사명을 영문 이니셜로 교체하는 도화선이 됐다. 또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세계화’ 선언도 큰 몫을 했다. 1998년 선경이 SK로, 이어 포항제철이 포스코로, 제일제당이 CJ 등으로 이름을 바꿨으며 벤처꽃이 만개하면서 영문 사명교체가 중소기업들로 급속히 확산됐다. 요즘에도 중소벤처기업들 사이에는 글로벌 시대에 맞는 사명 찾기가 한창이다. 사명은 그 시대의 요구와 환경변화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것인가 보다.

 <이윤재 논설위원 yjlee@etnews.co.kr>